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약품에 대한 동물실험 축소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신약 개발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동물실험 대체 기술로 인간 장기 구조를 모사한 오가노이드, 인공지능(AI) 독성 예측 모델이 유망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국민일보·쿠키뉴스 주최로 열린 ‘비동물실험 신약 개발 시대: 전망과 과제’ 주제 2025 미래의학포럼에선 국내 대표 기업들이 개발 중인 이 같은 동물대체시험법의 가능성과 적용 분야 등에 대한 발표도 진행됐다.
비동물실험 신약 개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동물실험 무용론이 제기되면서다. 동물과 사람의 면역 체계가 달라 안전성 확보에 한계가 존재했다. 또 동물실험 결과가 임상시험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약 37~60%로, 치료 효능 예측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여기에 FDA가 신약 허가 요건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새로운 접근법들(NAMs)’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며 논의가 본격화됐다.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방법으론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인체 장기를 구현한 오가노이드가 있다. 동물실험 대비 높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어 관심이 높다.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경우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비임상 평가를 대체하는 ‘오디세이(ODISEI)’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는 “사람 세포를 이용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한다”며 “약물 투과 시험에선 동물 데이터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항암제 개발을 위한 종양 오가노이드, 감염병 치료제를 위한 호흡기 오가노이드 외에 피부, 장 오가노이드 모델도 구현해냈다”고 덧붙였다.
AI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유전자 서열 등을 AI가 학습한 뒤 혁신 신약 후보 물질을 분석해 개발을 가속화한다. AI 데이터를 바탕으로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스탠다임의 송상옥 대표는 “AI를 쓰면 예측력과 효율성이 높아지고 객관적 근거를 기반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로 상업화가 가능한 후보 물질을 효율적으로 찾고 기술을 이전해 수익을 창출한다”면서 “적응증 확장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정부도 2009년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를 설치하며 동물대체시험법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우선욱 식품의약품안전처 비임상자원연구과장은 “정부는 가이드라인 제안, 산·학 협력 등을 추진하며 지원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빈 쿠키뉴스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