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경색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물밑에선 교계를 중심으로 교류 재개 움직임이 준비 중이다. 한국교회가 분단 극복의 전초기지 역할에 나서며 통일 선교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자는 포럼이 잇따르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선교국과 감리교통일선교신학연구소는 21일 경기도 고양 일산광림교회(박동찬 목사)에서 ‘한국감리교회와 비무장지대(DMZ)’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선교 140주년을 기념해 인천 강화도 교동에 건립 중인 ‘평화통일 기도의 집’ 완공을 앞두고 마련됐다.
포럼에 앞선 예배에서 박동찬 목사는 ‘십자가의 능력’을 주제로 말씀을 전하며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통일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박 목사는 “남북관계의 해답은 결국 십자가”라며 “남한교회의 사명은 십자가 사랑의 희생으로 북한을 대하는 것에 있다. 하나님이 가로막힌 휴전선 안에서도 능히 역사하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관지 북녘교회연구원장은 ‘DMZ는 감리교회의 땅입니다’ 제목의 발제를 통해 감리교회와 분단지역의 역사적 연관성을 강조했다. 유 원장은 “1909년 선교지역 분할협정에 따라 DMZ 일원은 감리회의 선교구역이 됐다”며 “1938년 기준으로 전체 감리교회의 47%가 북한지역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리교회는 이 지역의 교회 회복과 재건에 앞장서야 한다”며 DMZ 탐방기도회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최태관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본 동·서독 교회의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한국교회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서독교회는 동독교회를 외면하지 않았으며 재정적 지원과 함께 교회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며 “1989년 동독교회의 월요 평화기도회가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이어지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도 한국교회의 과제로 DMZ를 중심으로 한 평화기도회를 비롯해 분단의 땅을 평화지대로 만드는 노력, 젊은 세대의 통일의식 제고 등을 언급했다.
같은 날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박상규 목사)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교회의 평화운동 과제를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기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선교의 새로운 길’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변화하는 국제질서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발제한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선제적인 평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가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런 노력이 쌓일 때 평화의 이야기가 형성되고 진정한 변화의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되기보다 국민과 함께 긴 호흡으로 평화 전략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국민적 합의와 신뢰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양=김아영 기자, 김동규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