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과잉공급으로 공멸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조정에 시동을 걸었다. 석화업계 위기설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데다 최근 최악의 불황에 직면한 현실을 고려하면 만시지탄이다. 늦었지만 제대로 해야 한다. 시설 축소는 물론 인력 감축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석유화학 구조 개편 방안의 핵심은 연말까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핵심 원료인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 규모를 최대 25%(370만t) 줄이는 것이다. 과잉설비 감축·구조조정 등 자구 계획을 내놓은 기업에 한해 정부가 금융·세제 등을 지원한다는 ‘선 자구 노력, 후 정부 지원’ 원칙이다. 석유화학은 조선 철강 등과 함께 한국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이지만 더는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다. 중국과 중동의 생산 확대로 공급 과잉이 심화되며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황이 계속되면 3년 내 국내 업체 절반이 도산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최후통첩에 볼멘소리가 나온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21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업계의 안일한 인식을 질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기의 주된 책임은 불황과 중국의 저가 공세를 예측하지 못한 채 시설 확장에 매달린 기업에 있다. 국민과 국가 경제에 부담을 지우기 전에 사즉생의 각오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더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거나 다른 기업들의 설비 감축 혜택만 누리려 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말 윤석열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았을 때도 기업들은 책임을 미루고 버티기에 급급했다. 이제는 시간도, 기회도 없다. 이번에도 양보를 거부하고 책임을 떠넘긴다면 구조 개편의 마지막 골든타임마저 놓칠 것이다.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일수록 고통 분담에 앞장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도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지역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