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요즘 십계명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게 참 많아요. 왜 하나님께서는 명령만 하시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지 않는 걸까요. 저는 설명을 듣고 이해가 돼야 동기부여가 되는데 이해되지 않다 보니 순종하려는 마음조차 약해집니다.
A : 좋은 질문이야. 나도 너와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잘 이해되지 않으면 따르기 어렵더라고. 하지만 이것은 우리 자신의 이해 능력에 대한 과신 아닐까 싶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나 설명해 주신다 해도 과연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실제로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설명하기보다 그냥 선포하실 때가 많지. 예를 들어 욥기에서 욥은 자기 고난의 이유를 끊임없이 묻지만 하나님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으시지. 대신 전능하신 분이 누구신지,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이 누구신지를 질문 형식으로 되묻기만 하시지.
이것은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야. 예전에 내 둘째 딸이 아주 어렸을 때, 아이는 늘 전기 콘센트에 쇠젓가락을 찔러 넣으려 하곤 했어. 그럴 때마다 나는 기겁해서 소리를 지르며 막았지. 아마 아이는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놀이를 못 하게 아빠가 방해한다고 생각했을 거야.
딸로서는 아빠가 자기 인생을 망치고 있다고 여겼겠지. 하지만 실제로 아빠는 딸을 구원하고 있었던 거야. 그 상황에서 내가 전류나 도체, 부도체 같은 원리를 설명해 준다 한들 내 딸이 과연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아니었을 거야. 아직 그걸 이해할 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지.
마찬가지야. 우리 역시 다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도 않았어. 내 딸과 나 사이의 지적 격차도 컸겠지만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지적 격차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거야. 만약 내 딸이 격렬하게 반대하며 “나는 이 놀이를 꼭 하고 말 거야”라고 고집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하나는 그냥 내버려두는 거야. 죽든 말든. 하지만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어. 내 딸을 사랑하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거지. “넌 아직 다 이해할 수 없단다. 하지만 내 말을 들어라.”
이처럼 성경에는 설명하지 않은 명령들이 있고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또한 그 명령을 주시는 분이 우리를 위해 아들을 내어주신 가장 선하시고 사랑이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믿어야 하지. 그렇다면 우리는 그분을 더욱 신뢰할 수 있을 거야.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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