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고정희 (25·끝) 재일조선인 섬기며 거룩하게 예수님 기다릴 수 있길…

입력 2025-08-22 03:07
고정희(왼쪽) 이성로 선교사 부부가 최근 일본 효고현 고베 롯코산 중턱에 있는 외국인묘지 안에 있는 기도 공간에서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스물다섯 번째 글을 마무리하며 누군가 내게 ‘역경의 열매’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재일조선인이 얼마나 구원받았고 사역이 얼마나 부흥했는가.

두 번째 연재에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했었다. 길 없는 험한 산속을 헤매다 정상에 올랐을 때 환히 웃으며 내 신부가 되라고 한 소년의 이야기. 역경의 열매를 연재하면서 나를 이 세상 한구석에 보내신 하나님께서 골짜기 걸음걸음마다 굽이굽이 살피시고 메우시며 함께하심에 감사드린다.

하나님이 나에게 재일조선인을 주신 것은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로부터 어떠한 여지도 없는 사랑을 받기 원하셨다. 내 고집이 얼마나 센지, 한국에서는 안 되겠으니 일본 땅까지 보내시고 그것도 안 되겠으니 재일조선인 옆에 갖다 놓으셨다. 그리고 모든 것은 오직 주님을 사랑함으로만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서 열매는 환하게 웃으시며 ‘내 신부가 되라’고 하시는 신랑 예수임을 고백한다.

이번 연재를 읽는 분들이 사랑과 염려로 조언을 주고 있다. 영혼 구원을 위한 일이지만 지혜가 필요하고 조심해야 하는 사역이라고 하신다. 10년을 넘는 시간을 이들과 함께했다. 사실 나는 한참 전부터 만든 포도주가 다 떨어져서 그냥 있을 뿐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불안했다.

어느 날 정한 시간에 기도하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기도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성령께서 말씀하셨다. ‘딸아 안고만 있어라.’ 성령님의 음성에 비로소 안심됐다. 성령님은 놓으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안고만 있으라고 하셨다. 내가 안고만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지혜를 구하며 오늘도 십자가 앞에 나아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오직 너희에게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 말씀을 마지막으로 하시고 하늘로 가셨다. 그리고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셨다. 나는 다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신부로 거룩해지고 싶다. 다시 오실 예수님은 사마리아 땅끝까지 복음이 전해져야 오실 수 있다. 하나님이 내게 사마리아 땅끝으로 주신 곳이 바로 여기, 재일조선인 곁이라면 나는 이곳에 머물 것이다. 이곳이 내게 가장 거룩하게 기다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마리아 땅끝은 어디인가. 거기서 다시 오실 신랑 예수를 기다리는 거룩한 신부로 예배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하늘 한복판에서 만나자!

고베(일본)=정리·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