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분의 2가 훌쩍 지나가네요. 시간이 참 빨리 흐르죠. 우리는 보통 지구가 한번 자전하는 시간을 하루 24시간으로 정해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이 하루가 일정하지 않고 계속 느려지고 있어요. 달이 지구의 바다를 당겨 회전을 조금씩 늦추고 있어서 그래요. 옛날의 24시간과 지금의 24시간이 다르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시간을 더 정확히 정의할 필요가 생겼어요. 현대과학은 세슘 원자 속의 전자가 빛을 받아 약 91억 번(정확히는 9,192,631,770번) 진동할 때의 시간을 1초, 그 60배를 1분, 또 1분의 60배를 1시간으로 정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정의한 시간이 지구의 자전과 공전 주기로 정한 전통적인 시간과 정확히 맞지 않기 때문에 종종 ‘윤초’라 하여 임의로 시간을 조정합니다. 그러니 시간은 절대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요.
시간은 얼마나 빨리 흐를까요. 미래라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이 시간의 빠르기를 객관적으로 정하고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대신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간접적인 방법이 하나 있어요. 해가 얼마나 빨리 지는가를 지켜보는 것입니다. 서쪽으로 난 고속도로에서 차로 지는 해를 따라가 보는 겁니다. 저도 시속 100㎞로 지는 해를 붙잡으려 달려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얼마 못 가서 해는 지고 어둠이 몰려왔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 즉 해가 지는 속도가 시속 1600㎞나 되기 때문이죠. 자동차로 해를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러한 속도로 1시간이 흐르고 또 하루가 지나가요. 총알과 같은 속도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는 거죠.
이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1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공전하는 시간입니다. 지구의 공전 속도는 시속 10만㎞나 돼요. 자동차의 1000배, 비행기 속도의 100배로 달리는 거지요. 이런 속도로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요. 물론 시간을 공간상의 속도로 표시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느끼게는 해주지요. 우리는 사실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빠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현대과학이 밝힌 시간의 정체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요. 현대과학은 시간(時間, 간격)이 변하는 존재라는 것을 밝혀요. 1년이란 간격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예요. 상황에 따라 1억년도 1년이 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이걸 설명하는 이론이 상대성이론입니다. 상대성이론은 우리가 처한 환경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달라진다는 것을 밝힌 과학 이론입니다. 지금은 과학적으로 이미 검증되었기에 법칙이라 할 수 있어요. 특수상대성이론은 우리가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것을 증명해요. 빨리 움직이면 시간이 느리게 흘러요. 빠른 비행기나 우주선이 등장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요.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도 마찬가지예요.
여기에 더해 일반상대성이론은 지구나 태양과 같은 무거운 물체는 시간을 당겨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한다고 말해요. 중력이 강하게 당기는 지상의 시간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인공위성 속의 시간보다 더 느리게 흐르는 것이지요. 인공위성 속의 시간은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한 시간의 느림과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른 빠름을 합친 시간 차이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그래서 인공위성은 이 값을 실시간 지구 시간으로 계속 고치면서 운행해요. 그 덕분에 우리가 인공위성을 통해 자동차 GPS나 휴대폰 위치 정보를 정확하게 얻어 살아갈 수 있는 거고요.
시간이 이렇게 변하는 존재라는 건 시간도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이라는 것을 말해줘요. 우리는 시간을 피조물로 대하는 지혜가 필요해요. 피조물을 높이면 우상이 되기 때문이죠. 우상의 특징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서로 싸우게 해요. 그러니 피조물인 시간으로 서로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요. 예를 들어 창세기 1장의 날을 놓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서로 미워하고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창세기 1장의 첫째 날에 상대성이론을 적용하면 첫째 날 하루 24시간이 지금 시간으론 100억년쯤 된다는 계산도 있어요. 하루가 천년 같다는 주님의 말씀이 사실인 거죠. 사실 창세기 1장이나 전체 성경의 관심은 시간이 아닙니다. 피조물인 시간 바깥 하나님의 ‘영원’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책이지요.(전 3:11) 영원한 나라, 영원한 생명으로요. 하나님은 시간 밖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지금 지켜보고 있어요. 그래서 그분은 언제나 현재(I am)이시지요. 영원은 무한한 시간이 아닙니다. 시간이 제아무리 무한해도 유한한 피조물이니까요. 무한한 우주가 제아무리 커도 유한한 피조물에 불과하듯이 말입니다.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