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성암교회(남궁혁 목사) 3층 예배당에 원조 ‘CCM 테이프 스타’ 옹기장이선교단(이하 옹기장이·단장 정태성)의 찬양을 기다리는 성도 수십명이 모였다. 이 교회가 성인 성도를 위해 마련한 여름수련회에 40년 가까이 사역해온 추억의 찬양팀을 초대한 것이다. 40대인 한 여성 성도는 “1980~90년대 청소년, 청년 성가대를 열심히 한 크리스천이라면 ‘영원히 찬양드리세’ ‘그 이름의 승리’ 등 옹기장이 찬양을 불러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반가워했다.
옹기장이가 최근 15년 만에 창작 앨범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이날 교회에서 만난 옹기장이 3기 테너 정태성 단장은 “국내 가스펠 시장이 위축되고, 성가곡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도 옹기장이는 늘 정규 앨범 발매에 대해 고민해왔다”며 “이번 앨범에서는 옹기장이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전 세대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젊은 느낌을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MBC) 등 대중문화 활동을 해 온 이율구 작곡가가 대부분의 곡 작업을 함께했다. 이 작곡가는 2019년 찬양곡 ‘세상을 사는 지혜’를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옹기장이 특유의 4성부 합창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컨템퍼러리 음악 기법을 접목해 모던하고 세련된 보컬 음악이 완성됐다”는 제작 소감을 전했다.
이날 교회 무대에서는 정규 앨범의 신곡인 ‘성령의 리듬’ ‘기적’ 등이 불렸다. 옹기장이 단원 8명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화음을 쌓아 한목소리로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했다. 이번 앨범에는 단원들이 직접 작사에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단원들이 익명으로 적어낸 신앙고백 중에서 선정해 신곡 12곡 중 5곡의 가사로 활용했다. 7기 단원인 김은현씨가 이날 단원들과 함께 부른 찬양곡 ‘기적’은 김씨의 가사가 붙은 곡이다. 김씨는 “어려운 순간이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그때도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셨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기적으로 세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묵상이 노래로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자의 역할을 하다가 오랜만에 옹기장이로 다시 만나도 늘 반갑게 맞아주는 것도 감사이고 기적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1987년 9월 창단된 옹기장이는 29기까지 이어진 ‘스테디 찬양팀’이다. 거쳐 간 단원 수만 500명이 넘는다. 현재는 30여명이 자비량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모여 연습한다. 이날 공연엔 30대 초반의 28기 단원과 50세에 가까운 3기 단장 등 10여명이 함께했다. 단원인 부모를 따라온 초·중등생도 공연을 함께 즐겼다. 음향 엔지니어로 참여한 11기 이상걸씨는 “아이들에게 여러 세대가 음악으로 소통하고 연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사역마다 데리고 다닌다”며 “우리 아이들이 자라 옹기장이 단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옹기장이는 음악을 통해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의 신앙적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28기로 입단해 활동하는 조은혜씨는 “연애할 때 남편을 따라 옹기장이 찬양 집회에 처음 갔는데 ‘왠지 촌스러울 거 같다’는 편견을 깨듯 한 사람이 부르는 듯한 화음이 너무 좋았다”며 “찬양 밴드와 같은 화려함은 없었지만 옹기장이의 목소리는 마치 사랑하는 이에게 정성스럽게 보내는 손편지 같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교회 안에 만연한 세대 간 갈등을 단번에 해결할 순 없겠지만, 음악이라는 도구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런 의미에서 추억과 현재를 잇는,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교회 성가대가 더 많이 생기길 기도하며 두 세대에 걸쳐 이어져 온 우리의 경험이 한국교회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길 소망한다”고 했다.
글·사진=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