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 장종현(왼쪽 사진) 백석대 총장이 처음 이 말을 꺼낸 건 2003년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국제학술대회 폐회 예배 강단에서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 장내는 잠시 멈칫했다. 어떤 이는 침묵으로 어떤 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반응했다.
그의 말은 단발성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까지 이 말을 줄곧 반복해왔다. 최근에는 그간 주장해온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왜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까’(오른쪽)라는 책의 제목은 질문이면서 곧 선언처럼 읽힌다.
그는 49년 전 신학교를 세웠다. 학문과 교육의 울타리를 직접 만든 인물이다. 그런 그가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왜일까. 다소 역설처럼 들리는 그 말은 신학교육의 중심에서 그 현실을 오래 지켜본 사람의 절박함에서 비롯했다.
책의 핵심은 한 줄로 요약된다. ‘학문에는 구원이 없다.’ 아무리 정교한 교리와 설명도 생명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복음이 아니라 구조물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장 총장은 신학이 인간의 이성으로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신학은 말씀과 성령의 도우심 아래, 믿음으로 응답하는 고백의 체계이기에 지식이 아니라 생명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책은 신학이 학문일 수 없는 이유를 일곱 가지로 정리한다. 성경의 저자가 하나님이라는 점, 하나님은 영이시기에 이성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 학문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점, 목회는 지식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점 등이다.
때문에 장 총장은 신학생과 신학자가 지식인이기 전에 먼저 무릎으로 말씀을 붙드는 신앙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릎은 곧 기도의 자리, 순종의 자리, 성령의 임재를 구하는 자리다.
성경 해석과 교회 개혁의 도구로 지성을 중시하는 전통적 신학자들에게는 다소 일방적인 주장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던지는 물음은 여전히 가볍지 않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학은 사람을 살리고 있는가 아니면 말과 글로 정리된 체계에 머물고 있는가.
이 책은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장 총장은 한국교회가 한때 기도와 성령의 운동으로 부흥했던 때를 기억하며 다시 그 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한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