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핵심 개혁 과제인 검찰개혁을 두고 당정 간 이견이 감지되자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나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추석 전 공식화하기로 했다. 다만 각 정부 기관 사이의 역할 조정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후속 입법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 대표가 드라이브를 건 검찰개혁 속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면밀히 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20일 저녁 여당 지도부를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진행하며 검찰개혁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공론화’를 주문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여권 내에서도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 당정이 모여 의견을 정리한 것이다.
검찰개혁 이슈를 두고 당정은 최근 혼선을 빚어왔다. 이날 오전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개혁) 입법이 완료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정 대표가 ‘추석 전 입법 마무리’를 언급한 것에 대해 “정 대표님의 말씀은 정치적인 메시지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며 “추석 전 완료라는 것은 얼개를 추석 전에 선보이겠다는 취지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지난 2일 당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약속한 대로 강력한 개혁 당대표가 돼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었다.
반면 정 대표 측은 강경 입장을 고수하며 당내 갈등으로 비화되는 듯 했다. 문대림 대변인은 이날 경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정 대표는 추석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침없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핵심 쟁점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졸속화되지 않게 잘 챙겨 달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속도조절론보다는 꼼꼼한 점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견이 공개적으로 노출되자 당정은 이날 비공개 정책협의를 개최했다.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민형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 구상을 구두로 들었고, 무언가 결정을 한 건 아니다. 대통령실의 꼼꼼한 논의 주문은 당연하다”며 “속도조절은 아니고, 원래 목표대로 26일까지 초안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협의 참가자는 “이 대통령의 신중론은 지금 당이 주도하는 논의에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라며 “쟁점을 충분히 살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러 늦출 필요는 없지만, 늦춰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26일까지 일단 초안을 완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중론은 우원식 국회의장으로부터도 나왔다. 우 의장은 이날 한 유튜브에서 “땜질식으로 할 게 아니다. 국민 권리를 강화하는 속에서 검찰권이 잘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판 기자, 경주=성윤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