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이라는 진화론의 통념을 반박한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로 유명한 부부 과학자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사실 개 전문가들이다. 스스로도 “제법 먼 길을 돌아 강아지 전문가가 됐다”고 말한다. 세계 각지를 누비며 동물의 인지 능력을 연구한 두 사람은 특히 인간의 곁에서 살아가는 개에 주목했다.
평생 개를 사랑하고 개와 함께 산 두 사람이 ‘개 과학자’가 된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0여년 전 브라이언의 가족 반려견 ‘오레오’가 뛰어놀던 뒷마당이 나온다. 브라이언이 테니스 공 세 개를 연달아 던지면 오레오는 날아간 방향을 알고 있는 첫 번째 공만 찾아 왔다. 하지만 두 번째 공과 세 번째 공을 찾는 것도 가능했다. 브라이언이 가리키는 손을 보고 공을 찾아 물고 온 것이다. 오레오는 공이 날아간 방향을 보지 못했지만 브라이언의 가리키는 몸짓을 ‘해석’해 공을 찾아냈다. 개만의 특출한 재능을 찾아내는 연구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가장 큰 보조견 양성기관인 케이나인 컴패니언스에서 훈련을 돕고, 몸담고 있는 듀크대에 ‘강아지 유치원’을 설립해 운영하며 개들의 인지 발달과 행동 패턴을 연구하고 실험했다. 기질, 자제력, 기억력, 사회적 인지, 신체적 인지 등의 항목을 평가해 어떤 개가 자라서 훌륭한 보조견이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게 목적이었다.
강아지들과 함께 생활하며 밝혀낸 중요한 사실은 “개라는 동물 종이 인간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데 사회적 천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부른다. 강아지 유치원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험 중 하나다. 두 개의 그릇 밑에 하나에만 간식을 넣어 뒀다. 개는 한쪽 간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느 쪽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실험자가 손짓으로 가리키면 개는 쉽게 간식을 찾아낸다. 저자들은 “분명 개는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우리의 몸짓에 자신을 도우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아차린다”고 말한다. 보노보나 침팬지뿐만 아니라 개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늑대도 같은 실험에서 모두 실패한다. 개들은 우리의 몸짓만 보고도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추론할 수 있지만 다른 동물들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저자들이 얻은 또 다른 교훈은 ‘모든 개가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개는 특정한 훈련에 뛰어나지만 다른 훈련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다.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퇴역 군인을 돕는 훈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개가 신체장애인을 돕는 훈련에서는 진전이 없기도 하다. 특정 견종이 더 영리하다는 것도 편견에 불과하다.
보조견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연구 결과와 새로운 통찰은 우리가 키우는 반려견에도 적용될 수 있다. 책이 강아지를 훌륭한 개로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실용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책 후반부에는 강아지가 생후 어떤 시기에 어떤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생후 8주 강아지의 시력은 거의 성견 수준으로 발달하고 기본적인 기억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다. 10주 무렵에는 기본적인 인간의 몸짓을 이해하게 되고, 13주 때는 불가능한 과제에 맞닥뜨렸을 때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을 한다. 또한 강아지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눈을 자주 맞추고, 자신감 있는 개로 키우려면 강아지 때부터 다양한 배경을 지난 다양한 연령의 사람을 다양한 상황에서 만나도록 해야 한다는 등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부록에는 개를 재우는 요령, 대소변 가리기, 산책시키는 방법, 무엇을 먹일 것인지 등에 관한 요령과 함께 하루 일정표까지 제시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