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제형벌 합리화”… 당정 ‘배임죄 완화’ 추진

입력 2025-08-21 00:04
김병기(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구윤철(왼쪽 네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성장 전략 관련 당정협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정부·여당이 규제 및 경제형벌 합리화를 이재명정부 경제성장전략의 한 축으로 못 박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과 만나 규제 철폐와 배임죄 완화를 언급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기업의 운신 폭을 넓혀 중장기적 성장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취지이자 상법·노란봉투법 강행에 뿔난 재계를 달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 직후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와 과도한 경제형벌을 합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지난달 말 출범한 정부의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논의에 보조를 맞춰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 중심으로 당 자체 TF를 구성하고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여당의 대표 입법 과제로는 배임죄 완화가 꼽힌다. 지도부 차원에서도 배임죄가 기업인을 압박하는 데 남용된다며 정비를 시사한 바 있고, 코스피5000특위에서도 보완 목소리가 나온 만큼 당내 이견이 크지 않다는 평이다.

관련 법안도 이미 발의됐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내놓은 안으로, 상법상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하고 형법에 그간 판례로 인정돼 온 ‘경영판단 면책 원칙’을 명문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배임죄 완화는 경제계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형사처벌이 완화된 자리에는 과징금·과태료 중심의 체계가 들어설 전망이다.

민주당 내에선 소상공인 민생 차원에서라도 경제형벌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위 관계자는 “현행 법체계는 경제형벌이 벌금과 징역의 연동 위주로 구성돼 있고 과태료 조항은 거의 없다”며 “송사만 많고 사소한 일로도 ‘빨간 딱지’가 붙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당정이 상법·노란봉투법 등 재계가 반대해온 입법을 앞두고 당근책을 함께 내밀었다고 분석한다. 이 대통령은 전날 미국과 일본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인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한 자리에서 상법·노조법을 세계적 수준에 맞춰야 한다며 대신 “다른 부분에서는 기업 규제를 좀 더 철폐한다든가, 배임죄 같은 부분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정협의에서는 기술 선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 지속 성장 기반 강화 등 이재명정부의 4대 경제성장전략이 큰 틀에서 제시됐다. 경제형벌 합리화는 지속 성장 기반 강화의 하위 범주로 들어갔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토대를 둔 미래 산업이 핵심이라며 ‘AI 대전환’ 구호도 내세웠다. 여당도 공공 데이터 개방 관련 입법으로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30년까지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5만 장 이상 확보하고, 세계적 수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통해 오픈소스 생태계 확산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송경모 김혜원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