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는 ‘타임 바코드’에 걸려 결제가 차단된다. 반면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이 존재하지 않아 폐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는 제조된 지 1년이 넘은 제품이 팔리는 경우도 흔하다. 고질적인 아이스크림 관리 공백이 해소되지 않으며 안전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에 제조일자만 표시하고 유통기한을 생략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영하 18도 이하 냉동 상태에서는 미생물 증식이 억제되고 품질 변화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냉동 보관에 대해 ‘완전히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유통·보관 과정에서 녹았다 얼기를 반복하면서 세균 번식 가능성이 있고, 장기간 보관 시 지방이 산패할 우려가 있다. 특히 리스테리아균은 영하 18도 이하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감염 시 발열·설사부터 심하면 뇌염, 유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급증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는 낮은 품질의 상품이 유통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인다. 유통·보관 상태가 수시로 확인되지 않는, 일종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종종 찾는다는 유모(34)씨는 “얼마 전 구입한 아이스크림이 절반쯤 녹아 다시 얼어붙은 상태여서 먹지 않고 버렸다”며 “진열대 구석에는 제조일자가 2년이나 지난 제품이나 포장지에 성에가 잔뜩 끼어 내용물이 뿌옇게 얼어붙은 제품도 종종 눈에 띄더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제조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맛과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소비기한 표시 의무화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2022년 아이스크림과 식용얼음에도 소비기한 표기 의무를 부과하는 식품표시광고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업계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서 장기간 보관해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편의점 ‘타임 바코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아이스크림만이 아니다.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 역시 자동 폐기 시스템에서 제외돼 점주의 자체 관리에만 의존하는 구조다. 우유나 요거트 등 유제품은 특히 유통기한에 민감한데도 제재 방법이 따로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요 편의점 브랜드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는 2384건이었고, 이 중 75%가 유통기한 초과 판매였다. CU(85%), GS25(81%), 세븐일레븐(66%), 이마트24(65%) 모두 사정은 비슷했다.
아이스크림을 포함해 냉장·냉동 식품 소비가 늘고 있는 만큼, 위험성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편의점에서 우유·빵·과자 등 유통기한에 민감한 상품에도 ‘타임 바코드’를 적용해야 한다”며 “빅데이터 기반 모니터링을 도입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