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대부분은 윤석열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경고음은 윤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새어 나왔다. 김 여사는 허위 이력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대선 직전인 2021년 12월 26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말뿐인 사과’였다는 점이 김건희 특검 수사로 밝혀지고 있다.
김 여사 논란의 시작점에는 ‘디올백 수수 사건’이 있다. 2022년 9월에 벌어진 일이다. 온라인매체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재미교포 최재영씨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받는 장면을 이듬해 11월 폭로했다. 청탁금지법 등 위반 논란이 불거졌으나 공직자의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법적 처벌은 피했지만 ‘김건희 국정농단’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때를 중심으로 불거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대선 전 명씨에게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는 대가로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통일교·건진법사 청탁 의혹 역시 2022년 4~7월에 집중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이 기간에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서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 총 2000만원 상당의 샤넬백 2개 등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통일교 현안을 청탁받았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3종 명품 장신구’ 수수 의혹은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 등을 서희건설 측에서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지난 11일 특검에 낸 자수서에서 2022년 3~4월 반클리프 목걸이, 3000만원대 티파니 브로치, 2000만원대 그라프 귀걸이를 대선 축하 명목으로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실토했다. 맏사위 박성근 전 검사에 대한 인사 청탁을 한 사실도 시인했다. 박 전 검사는 그해 6월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가 김 여사에게 540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명품시계를 건넨 시점도 2022년 9월이다. 서씨는 이 시기에 대통령경호처와 경호용 로봇개 임차계약을 맺었다.
이 모든 일은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를 한지 1년도 채 지나기 전 벌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대선 공약이었던 ‘제2부속실 폐지’를 고집스레 관철했고,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할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제2부속실을 부활시켰으나 만시지탄이었다. 김 여사가 통제받지 않는 영부인의 지위를 누린 뒤였다.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그의 말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