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푸드도…’ 관세 앞에서 꺾였다

입력 2025-08-21 00:16
20일 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 라면 라이브러리를 찾은 고객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승승장구하던 ‘K푸드 성장 신화’가 2년여 만에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미국 수출 실적이 26개월간의 상승세를 멈추면서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물량을 앞당겨 수출하며 누린 상반기 특수가 사라지자, 수출액은 즉각 감소세로 돌아섰다. 라면·과자 등 K푸드 주력 상품들이 ‘관세 쓴맛’을 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0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식품 대미 수출액은 1억3900만 달러(약 1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대미 농식품 수출이 줄어든 것은 2023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6월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28.9% 상승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달 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수출 급증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나라 식품기업들이 대미 수출 물량 출하를 앞당긴 영향이 크다. 라면 수출액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보다 1.4배가량 증가했다. 불닭볶음면 등을 수출하는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6월까지 현지 수출을 많이 해 판매물량을 확보해뒀다”고 말했다.

수출 규모 감소로 지난달 라면의 대미 수출액(1400만 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7.8% 줄었다. 같은 기간 과자류 수출액은 2000만 달러로 25.9% 줄어 역신장 폭이 더 컸다. 소스류(-7.2%), 인삼류(-13.4%) 등 다른 품목들도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하반기 상황 또한 녹록잖다. 현지 소비 둔화가 걸림돌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 57%가 ‘식료품비 지출’을 가장 큰 생활 스트레스로 꼽았다. 미국 미시간대 조사에서는 이달(잠정치) 미 소비자심리지수가 58.6으로 전월(61.7) 대비 3.1포인트 하락했다. 미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한 건 지난 4월(-4.8포인트) 이후 4개월 만이다. 네슬레·몬델리즈 등 주요 식품업체 역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북미 소비 둔화를 경고했다. 소비 둔화로 판매가 줄면 미국 유통업체들 역시 발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번 타격이 식품 외 제조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잖다. 미 상무부가 최근 알루미늄·철강 파생상품 407개 품목에 50% 고율 관세를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통조림, 캔 음료, 화장품 용기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동원F&B와 롯데칠성음료 측은 “아직 미 수출 비중이 크진 않지만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푸드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지자 정부도 긴급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농기자재까지 포함한 ‘K푸드 플러스’ 수출 목표를 140억 달러로 야심 차게 설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전체 농식품 수출액은 8억4000만 달러로 5.3% 감소하며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농식품부는 이날 송미령 장관 주재로 올해 세 번째 ‘K푸드 플러스 수출 확대 추진본부’ 간담회를 열고 수출 지원 계획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