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용 태블릿 추천받습니다.”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을 이용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이들 사이에서 40만원 이하의 중저가 태블릿 PC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굳이 비싼 값을 주고 ‘오버 스펙’(제품 성능이 필요 이상으로 높다는 의미)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태블릿 PC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10만원대 초저가 제품까지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삼성전자 역시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고 시장 점유율 방어에 힘쓰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18일 태블릿 PC ‘레드미 패드2’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제품 출시 가격은 128GB 모델 기준 21만9800원으로, 11인치 화면에 9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샤오미는 지난해 10월 128GB 기준 출고가가 19만9800원인 초저가형 제품 ‘레드미 패드 SE’도 선보이는 등 저가 공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 레노버 역시 20만~40만원 대에서 다양한 태블릿 PC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29만9000원부터 시작하는 ‘아이디어 탭 11’을 비롯해 여러 제품이 ‘인터넷 강의 시청용’으로 입소문을 탔다.
태블릿 PC 시장에서는 중저가 제품의 수요가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지에프케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태블릿 PC 판매 수량은 2023년 같은 기간보다 2% 증가했지만, 판매액은 4% 감소했다. 같은 기간 60만원 미만 태블릿 PC 제품의 경우 판매량이 22% 급증했다.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이 많이 팔린 영향으로 판매 수량이 늘었음에도 전체 판매액은 감소한 것이다.
중저가 제품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태블릿 PC의 주요 이용 목적이 ‘영상 시청’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태블릿 PC 이용자의 미디어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의 28.8%가 영화나 동영상 시청을 위해 태블릿 PC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21.1%는 학습 동영상을 보려고 태블릿 PC를 쓴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영상 편집이나 3D 모델링 등 전문가용 기능을 제외하면,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는 태블릿 PC는 성능 차별화가 어렵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 역시 가성비를 내세운 ‘갤럭시 탭 A’와 고가의 ‘갤럭시 탭 S’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고 있다. ‘갤럭시 탭 A9+’의 경우 128GB 제품 출고가가 42만7900원이다. 고가 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시장 1위인 애플이 절반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투트랙 전략’으로 입지를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태블릿 PC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17.1% 점유율을 차지하며 2위를 지켰다. 3~5위에 오른 화웨이와 레노버, 샤오미는 점유율에서 각각 8.3%, 7.9%, 7.8%를 기록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