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의 인텔,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검토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해 민간 기업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와 소식통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미국 정부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의 지분 10% 취득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인텔 관련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관점 모두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기 원한다. 이는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이 반도체 기업 지분 확보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에 대해 “단순히 부유한 기업에 돈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그냥 주려 했던 돈을 미국인을 위한 지분으로 바꾸자’고 말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해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47억5000만 달러(6조6400억원), 마이크론에 62억 달러, TSMC에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확정했다. 칩스법은 보조금을 통해 기업의 진출 부담을 줄여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하는 지분 인수 방침은 이를 뒤집는 셈이어서 보조금이 확정된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텔 지분 취득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지분 약 1.58%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외교 정책의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 문제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매출 중 15%를 정부가 받기로 한 것도 전례 없는 사례다. 일련의 조치들을 두고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연구원 게리 허프바워는 “미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국가 주도적 개입”이라며 “중국식 모델에 매우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