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22년 만에 10연패를 당하며 이번 시즌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선두 경쟁을 벌이던 롯데는 가을야구 진출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롯데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3대 5로 패하며 4위로 추락했다. 시즌 전적은 58승 4무 55패가 됐다. 이날 패배로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시작된 연패 행진은 10연패(1무 포함)를 기록했다. 200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연패의 가장 큰 원인은 투타 동반 침체다. 이 기간 팀 타율은 0.206로 리그 최하위다. 홈런과 타점도 각각 4개와 26개에 불과하다.
팀의 미래 자원으로 꼽히는 윤나고황(윤동희·나승엽·고승민·황성빈)의 동반 부진이 뼈아프다. 윤동희와 고승민, 황성빈은 연패 기간 각각 타율 0.147(34타수 5안타), 0.200(42타수 8안타), 0.143(28타수 4안타)로 침묵하고 있다. 시즌 초반 4번 타자로 나섰던 나승엽은 4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마운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패 기간 팀 평균자책점은 5.20으로 9위에 그쳤다. 평균자책점 3.75(12이닝 5실점)를 기록한 알렉 감보아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선발투수가 없다. 팀에 새로 합류한 빈스 벨라스케즈는 13일 한화 이글스와의 데뷔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어진 LG전에서도 5이닝 동안 3실점 했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은 10일 SSG 랜더스전에서 5⅔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신예 이민석도 8이닝 동안 11점을 내주며 평균자책점 12.38로 부진했다.
여기에 수비까지 말썽을 피우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롯데는 연패를 당하는 사이 11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경기 흐름을 내주는 장면을 반복했다. 대표적인 장면은 1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나왔다. 0-3으로 뒤진 2회 삼성 류지혁의 도루 상황에서 포수 유강남과 중견수 장두성의 실책이 연이어 나오며 추가점을 허용했다. 이후 실책 1개를 추가하며 4대 10으로 무릎을 꿇었다. 결국 구단은 1군 수비 코치 교체까지 단행했다.
롯데는 이달 초 선두였던 한화를 4경기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현재 1위 LG와의 격차는 12경기까지 벌어졌다. 반면 7위 NC 다이노스와는 단 2.5경기 차로 좁혀졌다. 유력해 보이던 8년 만의 가을 야구 무대 복귀에도 먹구름이 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