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 창원공장. 30도를 훌쩍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공장 내부는 생산의 활기로 가득했다. 현대로템을 상징하는 파란색 유니폼에 안전모자를 쓴 직원들이 국방색 얼룩무늬 조형물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2인 1조로 구성된 직원들은 공구로 부품을 구부리고, 전동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며 구슬땀을 흘렸다. 폴란드행이 예정된 K2 전차의 상단 포탑을 조립하는 중이었다.
공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K2 전차의 핵심으로 불리는 포신이 보였다. 포신 장착은 K2 전차 제작의 마지막 단계에 이뤄진다. 공장 관계자는 “포신을 장착하면 전차 내부 작업 공간이 좁아진다”며 “작업자의 업무 환경을 고려해 마지막에 포신을 장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완성된 전차들은 공장 한켠에 자리잡은 ‘전차 조준감사장’에서 테스트를 받게 된다. 실사격 대신 조준경과 주포의 조준 및 지향점을 검사하는 장소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공장 중앙에 걸려있는 태극기와 폴란드 국기였다. 1공장에서 생산되는 K2 전차는 폴란드로 수출되고 있다. 현대로템 측은 생산된 K2 전차가 폴란드로 진출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양국 우호 증진의 의미에서 2개의 국기를 나란히 걸었다고 전했다.
바로 옆 2공장으로 들어서자 대형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K2 전차에 들어갈 소재를 절단 및 접합하는 장비다. 총 6대가 있는데 2대는 포탑 제작에, 4대는 차체 제작에 활용된다. 특징은 자동화다. 현장 관계자는 “입력값을 입력하면 원하는 형상이나 치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된 K2 전차는 별도의 공간에 마련된 전차 주행시험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K2 전차를 최종 점검하는 장소다. 요철 구간을 주행하는 범퍼코스, 경사면을 달리는 등판코스, 누수 여부를 확인하는 심수도하 코스 등을 거치게 된다.
이날 시험장에선 K2 전차 2대가 시범을 선보였다. ‘윙’ 소리와 함께 우측으로 90도 회전을 한 전차가 속도를 내고 요철 구간을 통과했다. 직선 주로에선 커다란 덩치로 65㎞ 이상의 속도를 내며 나아갔다. 시험 이후에는 차체의 전방과 후방, 좌측과 우측을 구분해 자세를 제어할 수 있는 현수 제어 기능을 선보였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다양한 지형을 통과하는 데 수월해진다고 한다.
시험 과정에 이상이 발견되면 시험장 바로 옆에 있는 최종공장으로 이동해 수정 작업을 거치게 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수차례 시험을 거쳐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며 “이상이 있을 때는 최종공장에서 문제점을 파악해 수정한다”고 말했다. 이 전차들은 다음 달 25일 폴란드로 수출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지난달까지 모두 133대를 현지에 납품했다. 최근에는 폴란드 정부와 180대를 공급하는 1차 이행계약에 이어 65억 달러(약 9조원) 규모의 후속 계약도 맺었다. 1·2차 계약을 더한 규모는 14조원에 육박한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K2 전차 추가 물량 116대와 최초 양산되는 폴란드형 K2 전차(K2PL MBT) 64대, K2 계열(구난·개척·교량) 전차 81대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빠른 납기, 전차 전문 생산 능력으로 인정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중동, 루마니아 등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원=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