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20일 새벽까지 16시간 마라톤 조사를 벌였지만 신병 처리 방안을 확정하지 못한 채 추가 소환조사키로 했다. 조사량 자체가 방대한 측면도 있지만 한 전 총리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적용 여부에 대한 특검의 고심도 깊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국무총리로서 ‘계엄 저지선’ 역할과 책임을 둘러싼 특검과 한 전 총리간 공방이 팽팽하게 이어지는 모습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해 오는 22일 추가소환을 요청했다”며 “전날 특검에서 조사하고자 했던 사항이 다 마무리되지 않아 추가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국헌문란 목적 내란’이라고 보는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점을 넘어 동조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책무에 대해 제1 보좌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고 헌법상 대통령의 제1책무는 국가와 헌법을 수호할 책무”라며 “그런 관점에서 (한 전 총리가) 제대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좌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핵심 의혹인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 건의의 목적을 두고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다고 본다. 반면 한 전 총리는 오히려 국무위원들을 모아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주장한다.
특검은 당시 대통령실 CCTV 등을 분석하며 추가 조사에 대비하고 있다. 전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기소한 특검은 “국무회의 심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확보돼 있어서 이 전 장관의 당시 행동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은 같은 영상에서 한 전 총리가 계엄에 반대했는지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중이다.
한 전 총리가 계엄 당일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과 한 통화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해제 방해, 한국예술종합학교 폐쇄 등의 의혹에 관여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한 전 총리를 한 두 차례 추가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이날 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해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불러 조사했다.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의 외환 의혹과 관련해 이날 진행될 예정이었던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소환조사는 특검이 신문 내용과 군사기밀 유출을 이유로 변호인 참여를 중단시키면서 무산됐다. 특검은 “변호인이 조사 과정에서 취득한 기밀을 유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김 전 사령관 측은 “법원에 준항고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반발했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