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관계 개선 위해선 북한의 말투부터 교정케 해야

입력 2025-08-21 01:10
조선중앙TV 캡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일 이재명정부 들어 세 번째 대남 담화를 내놨다.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밝힌 이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에 답한 모양새인데, 지난 두 번과 마찬가지로 거칠었고, 늘 그랬듯이 매우 무례했다.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신뢰가 회복될 것”이란 이 대통령 발언을 그는 “망상이고 개꿈”이라 했다. “리재명은 역사 흐름을 바꿀 위인이 아니다”라며 실명을 거론해 폄훼했고, “(남북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걸) 모른다면 천치”라면서 모욕적 표현을 동원해 비아냥댔다. 지난 두 번째 담화에선 정부의 긴장 완화 조치에 ‘너절한 기만극’ ‘헛수고’ ‘잠꼬대’ 등의 막말을, 첫 담화에선 “동족 흉내를 피우며 수산을 떨어도” 대화는 없다고 했었다.

이런 담화가 세 차례 나오는 동안 우리 정부가 대응한 기조는 같았다. 늘 행간을 읽으려 했다. 비난성 첫 담화에 “무플(무반응)보다 악플(악담)이 낫다”며 어쨌든 반응을 보였다는 데 무게를 뒀다. 국가정보원은 “조건이 맞으면 대화하겠다는 뜻”이란 분석까지 내놨다. 막말이 한층 거칠어진 이후 담화에도 “신뢰 회복 노력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그럴 때마다 막말 이면의 속내를 가늠하는 북한 전문가의 해석이 나오곤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김여정의 막말은 이제 ‘암호’처럼 여겨지게 됐다. 아무리 무례한 말을 해도 ‘대화 조건을 시사했다’거나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식의 희망 섞인 해석을 하는 데 우리가 너무 익숙해진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새 정부 들어 이어지는 김여정의 담화는 기시감을 준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인내하며 대화의 손을 내미는 동안 그의 입은 갈수록 거칠어져 ‘삶은 소 대가리’ ‘특등 머저리’ 같은 원색적인 비난으로 치달았다. 어떤 국가 관계에서도 통용될 수 없는 행태를 ‘북한은 원래 그러려니’ 하며 묵인해온 방식이 그들의 미치광이 전략을 더욱 부추겼을지 모른다. 윤석열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 정책이 그랬듯이, 저자세로 비쳤던 문재인정부 방식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패한 두 방식 중 하나를 답습하는 것은 해답일 수 없다. 북한은 막말을 쏟아내고, 우리는 어떻게든 좋게 해석하는 일그러진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의 선행 조건일 수 있다. 북한의 말투부터 교정케 하는 데서 관계 개선을 시작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