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A씨(66)는 지난달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응급실로 이송된 뒤 비뇨기과 수술을 받았다. 입원 기간이 3일에 불과해 퇴원 당일에야 퇴원 계획을 위한 병원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스스로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귀가해 돌봄 서비스가 시작될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었다. 요양보호사의 돌봄과 식사 지원을 받기까지는 퇴원 후 열흘이 걸렸다.
‘의료·요양 통합돌봄 제도’가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퇴원을 앞둔 고령층과 장애인 환자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의료와 복지가 두루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병원은 의료와 복지를 연결하는 통합돌봄의 중요 관문이다. 하지만 퇴원 환자의 돌봄 연계가 원활치 않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통합돌봄을 위한) 지역 특화서비스 및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 등 신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요양병원, 급성기 병원 등으로 나뉜 지역사회 연계 시범사업 4가지를 단계적으로 확대·통합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퇴원환자가 통합돌봄을 받는 일은 녹록지 않다. 복지 혜택을 신청한 사람에게만 주는 복지 신청주의 장벽은 병원에서도 작동한다. 퇴원을 앞둔 환자에게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려면 소득정보, 장애등급 등이 필요하지만 병원에서는 열람이 불가능하다. 현행 제도에선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사회복지사가 환자·보호자와 상담한 뒤 거주지의 복지센터, 재가센터 등에 직접 전화를 돌리면서 복지 자원을 발굴하고 신청을 돕고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돌봄과 연계하는 시간도 촉박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급성기 환자가 평균 입원하는 일수는 2023년 기준 7.2일이다. 병원에서 통합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고, 이들의 욕구를 파악한 뒤 지역사회 복지 자원을 찾아내 연결하기까지 빠듯한 시간이다. 한 의료사회복지사는 “입원환 환자를 선별·평가한 뒤 퇴원하기 전에 기초자치단체로 연결해야 하는 업무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이 과정에서 놓치는 환자도 적지 않고 연계해도 통상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큰 병원일수록 급성기 환자가 많고 입원 기간도 짧은 편이다. 더욱이 권역 밖에서 이송된 입원 환자일수록 지역사회의 자원 발굴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역복지센터의 한 사회복지사는 “집으로 퇴원하겠다고 의뢰했지만 제때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해 요양·재활병원에 다시 입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의료와 복지의 칸막이가 수십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복지 서비스 연계에 필요한 의료정보와 개인정보 등이 있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이 병원에도 열려야만 한다”며 “병원마다 사회복지사 별도 정원을 두고 업무에 수가를 책정해야만 퇴원환자 통합돌봄 유인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