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은 ‘들어온 선교 기회’… 교회가 합력할 때

입력 2025-08-21 03:01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3월 경기도 양주 빛오름선교교회에 마련된 무료 진료소에서 접수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무료 진료소는 새문안교회 의료선교부가 2009년부터 매월 첫째 주일마다 진행해 왔다. 주로 건강보험이 없거나 평일에 병원을 찾기 힘든 이주노동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빛오름선교교회 제공

한국이 본격적인 이민 사회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이주민을 손님이 아닌 식구로 바라보고 선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주민 선교가 여전히 한국교회의 변방에 놓여있는 데다 사역자 개인의 소명에만 의존하고 있어 다음세대 사역자 발굴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주민 선교 사역자들은 세대 단절과 연대 부재 등 내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주민 사역을 ‘국내에 들어온 선교의 기회’로 보고 한국교회 전체의 관심과 참여를 키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수도권에서 20년 넘게 이주민을 섬겨온 한 목회자는 “대부분의 담임 목회자에게 이주민 사역은 여전히 ‘특수 사역’일 뿐, 교회의 본질적인 목회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주민 교회의 경우 재정을 지원하고 격려해도 사역자들이 오지 않는 판에 자비량으로 사역을 감당해야 하니 젊은 사역자들에게 영적인 3D 직종으로 여겨진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인식은 사역 현장의 고립과 재정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이주민 사역 1세대가 50, 60대에 접어든 사이 한국 땅을 밟는 이주민들은 K팝과 명품에 익숙한 MZ세대가 됐다. 이주민 선교 사역을 감당해 온 한 60대 목회자는 “문화적 코드를 공유할 젊은 사역자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지금 현장의 가장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해법으로는 역량 있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평신도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요청이 나온다.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KIMA) 사무총장 이형노 목사는 ‘1인 1멘토 운동’을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하면서 “이주민 선교를 내세우지 않는 일반 대형교회라도 성도와 이주노동자 500쌍을 멘토-멘티를 맺어주면 500명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주민이 수혜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로 설 때 의미 있는 선교의 결실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수도권 한 이주민 교회에서는 도움을 받던 베트남 출신 부부가 아파트를 장만해 동료 이주민들을 초대하고 직접 음식을 대접하며 집들이를 열기도 했다. 도움을 받던 이들이 이제는 다른 이들을 섬기고 환대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된 것이다.

KIMA 상임대표 정노환 목사는 “해외 선교사를 준비시키는 것만큼 다문화를 이해하는 교회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며 “마음의 벽을 허물고 이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양규 서울네이션즈교회 목사는 “선교단체는 필요한 사람을 모집하고 목적에 맞게 갈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어떤 사람이 오든 그들을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으로 수용하고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