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재해와의 전쟁’ 선언 무색케 한 코레일 사망 사고

입력 2025-08-21 01:20
경찰과 코레일 관계자들이 19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재해와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경북 청도에서 열차가 선로 점검 인력을 덮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번에도 작업운영지침을 지키지 않는 등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 사고로 드러나고 있다.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에서도 인재(人災)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인 사고를 되풀이해야 하는가.

이번 사고는 6년 전 경남 밀양 사고와 판박이다. 2019년 10월 22일 경남 밀양역 근처에서 열차와 관련한 작업을 하다가 열차 진입을 인지하지 못해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청도나 밀양 사고 모두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열차가 오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피해를 봤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밀양의 경우 소음으로 가득 찬 작업 구간에서 열차 접근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났고, 청도의 경우 소음이 적은 전기열차여서 접근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결국 6년 전 교훈에서 배운 것이 없다는 얘기다.

공기업 코레일의 산재 사고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20년 66건이던 철도 관련 사고는 2023년 78건으로 증가했다. 산재 사망자는 2020년 이후 매년 발생해 지난해까지 총 10명이었다. 하지만 코레일 내 안전 인력은 2022년 1만6343명에서 지난해 1만6175명으로 2년 새 168명이 줄었다. 안전 투자에 소홀히 한 것이 산재 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고는 이재명정부 들어 공기업에서 발생한 첫 산재 사망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는 민간기업 못지않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가 155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사고 업체에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미필적 고의 살인” “건설 면허 취소” “징벌적 손해배상” “주가 폭락” 등으로 경고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건설 현장에서 사망자가 1명만 발생해도 영업 정지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산재 사망 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 등 민간기업들에 대해선 압수수색 등 강력한 조치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민간기업에 들이댄 잣대와 똑같이 코레일 사고도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상급 기관인 국토교통부도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솜방망이식 셀프 처벌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산재에 강력한 제재를 예고한 이후에도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안전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원청·하청 문제는 없는지 등 안전 관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