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바른 가치관 세우는 나침반… “잠언을 가르치라”

입력 2025-08-23 03:00
‘지혜 쑥쑥 마음 튼튼 초등 잠언 학교’ 저자인 송재환 서울 동산초 교사가 선정한 어린이를 위한 잠언 구절들. 송 교사는 주 독자인 어린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말성경에서 말씀을 발췌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강소연

자녀 교육 해법은 인류가 기원전부터 지금껏 품어온 유서 깊은 숙제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선 부모들이 영웅의 삶과 인간의 본성을 가르치기 위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등 당대 고전을 자녀에게 읽혔다. 지혜와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자녀에게 고전을 쥐여주는 건 현대의 학부모 또한 다르지 않다. 이를 증명하듯 서점가에는 각종 연령대를 겨냥한 맞춤형 고전 해설서가 즐비하다. 송재환(54·아래 사진) 서울 동산초 교사가 2011년 펴내 대중의 큰 호응을 얻은 ‘초등 고전읽기 혁명’도 이 중 한 권이다. 이후 누적 판매 부수 10만부를 돌파한 ‘초등 1학년 공부, 책 읽기가 전부다’ 등 초등 독서·학습법 분야 서적 30여권을 펴냈다. 송 교사는 최근 ‘지혜 쑥쑥 마음 튼튼 초등 잠언 학교’(위즈덤하우스)를 펴냈다. 28년 차 현직 교사이자 스테디셀러 작가인 그가 학교 현장에서 잠언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강조한 책이다. 그는 왜 구약성경 잠언을 주목했을까. 지난 5일 송 교사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서울 온누리교회 양재성전의 순장(평신도 소그룹 리더)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잠언을 가르치는 건 왜 중요한가요.

“잠언은 ‘지혜의 왕’ 솔로몬이 다수의 글을 쓴 거로 알려진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인생의 진리를 무더기로 모아놓은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실제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고전 교육을 할 때 5학년 필독서로 지정해 함께 읽었습니다.”

-기독교인 아닌 아이도 꽤 될 텐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몇몇 학부모가 ‘종교 편향 아니냐’고 항의해 지금은 필독서가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학부모는 ‘왜 잠언을 필독서에서 뺐느냐’고 강력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책 한 권을 놓고 필독서가 맞니 그르니 하며 의견이 갈라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이 과정 가운데 책 한 권이 갖는 힘과 영향력을 실감했습니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4·7세 고시’도 감수하는 시대에 이 교육의 의미를 어떻게 부여할 수 있을까요.

“인생 최고 목표가 부와 명예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독교인은 ‘하나님과 돈을 동시에 섬기지 않겠다”(마 6:24)고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기독 학부모 역시 돈과 성적에 맥을 못 춥니다.

자녀가 학원 제때 잘 갔는지는 수시로 확인해도 성경 읽었는지를 묻는 부모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주일날 교회 아닌 학원에 가는 것도 예삿일입니다. 이러면 아이들도 부모의 우선순위를 절로 느낍니다. ‘하나님보다 대학, 성공이 더 힘이 세구나.’ 우상숭배와 다름없지요.”

-서문에서 “이 책 읽고 아이가 망가졌다는 학부모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잠언에 지혜롭고 성공하는 인생을 사는 법이 담겼고 사고력 확장과 바른 가치관 정립에도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딤후 3:16)란 말씀도 있지 않습니까. ‘같은 값(고전)이면 하나님의 감동으로 쓰인 지혜로 교육하는 게 유익하지 않겠나’ 싶었지요.”

-어린이를 위한 잠언 구절을 추려주실 수 있을까요.


“책에 50개를 선정해 담았습니다. 어린이에게 특히 유익하되 종교색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 어휘로 구성된 문장 위주입니다. ‘다툼을 시작하는 것은 댐에 구멍을 내는 것과 같다’(잠 17:14, 이하 우리말성경) ‘어리석은 사람은 깨닫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내세우기만 한다’(잠 18:2) ‘남의 말을 하는 것은 맛있는 음식과 같아서 사람의 뱃속 깊이 내려간다’(잠 18:8) 등입니다.

이들 구절은 영미권 속담은 물론 명심보감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마라’(잠 27:1)는 ‘내일 아침 일은 오늘 저녁에 기약할 수 없고, 오늘 저녁 일은 오늘 오후에 기약할 수 없다’는 명심보감 구절과 비슷합니다.“

-세월을 초월한 지혜는 일맥상통하는 걸까요.

“인생은 당연한 진리를 깨달아가는 여정 아니겠습니까. 누군가는 이 당연한 진리를 깨닫고 지혜롭게 살지만 한편에서는 이를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해 어리석은 인생을 삽니다. 잠언은 이러한 인생 진리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인생 구절’을 찾는다면 반드시 지혜롭고 성공하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선정된 구절 중에 절대자의 존재가 언급된 것도 있습니다.

“잠언은 ‘여호와 하나님’이란 절대자가 존재한다는 걸 전제하고 쓰인 글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절대자의 존재를 한 번쯤 고민하지요. 이를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를 주고자 관련 구절 2~3개를 포함했습니다.

잠언이 여타 일반 고전과 차별화된 지점은 죽음과 영원을 깊이 다룬다는 것입니다. 철학적이고 인생을 바르게 살고자 하는 이들일수록 죽음을 숙고합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인생 마지막에 관한 가치관은 어릴 때 정립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작 송 교사 자신은 어린 시절 성경을 알지 못했다. 그가 기독교 신앙을 처음 접한 건 서울교육대 4학년 때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교생 실습 동기에게 ‘신은 없다’는 걸 증명하고자 대학 인근 교회로 무작정 향한 게 계기였다. 그는 “(당시 나는) 기독교 ‘안티 중의 안티’였다”라며 “남을 죄인이라 부르는 데다 전도까지 하는 기독교가 너무 싫었다”고 했다.

“하나님이 있다면 어디 나와보라지.” 처음 나간 교회에서 예배가 시작되자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입에선 “하나님, 이제야 왔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란 고백이 나왔다. 이후 성경을 펼쳐도, 찬양을 들어도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크고 작은 기도가 이뤄지는 걸 보며 “하나님이 실제 있구나” 싶어 놀랍기도 했다.

그는 “예수 믿은 뒤 가장 원망했던 사람이 그간 나를 지도한 은사”라며 “분명 기독교인도 있었을 텐데 왜 아무도 복음을 알려주지 않았는지 한스러웠다”고 했다. 그가 학교 현장에서 학생에게 기독교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다.

송재환교사가 2023년 한 교육기업이 초청한 강연에서 강의하는 모습. 송 교사 제공

그는 매 학년 말 성탄절 전후로 기독교 역사와 복음 전반을 학생에게 해설한다. 추후 기독교 신앙을 가질지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송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성경을 바탕으로 한 교육의 힘과 효과를 확인시켜준 아이들이 있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기억에 남는 제자가 둘 있습니다. 모두 6학년을 지도할 때 만났는데요. 한 친구는 교우관계가 특히 좋고 성적도 준수한 여학생이었어요. 한창 사춘기 겪는 또래와 달리 참 신중하고 경거망동하지 않아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아이를 보면서 ‘어떤 가정교육을 받았을까’ 정말 궁금하더군요. 학부모 상담 때 학생 어머니를 만나 물어보니 그 비결로 독서와 더불어 ‘매일 잠언 한 장씩 읽기’를 꼽았습니다.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낭독하고 암송한다고요. 인생의 방향을 지도하는 부모의 식견에 감탄한 기억입니다.

또 다른 제자는 정말 공부를 탁월하게 잘해서 친구들이 ‘공부 괴물’이라고 부르던 아이였어요. 어느 날은 친구들이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하느냐’고 물으니 그 아이가 ‘너도 예수 믿어봐’ 하더군요. 다들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눈치였습니다(웃음). 나중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판사가 된 친구인데, 참 특이했던 게 학교에 성경을 갖고 다니며 읽었어요. 잠언을 비롯한 하나님 말씀을 믿고 신뢰할 때 지혜를 얻는다는 걸 인지했던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 학부모에게 당부하고픈 말씀이 있습니까.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부모가 신앙의 본을 보이고 우선순위를 확실히 한다면 자녀의 믿음과 성품, 가치관을 온전히 교육할 수 있습니다.”

고양=글·사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