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금지곡이란 대입 수능시험을 치르는 고3 등 수험생들이 시험 기간에 들으면 안 될 노래를 말한다. 멜로디나 가사의 중독성이 강해 한 번 들으면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노래들이다. 지난 주일 예배 성가대에서 봉헌 송으로 불렀던 성가 ‘다시는 다시는’(김준범 작사·작곡)이 수능 금지곡처럼 종일 맴돌았다. “다시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사람이 사람을 해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는 이 땅을 사는 약한 사람들 서러운 피눈물 토하는 일이 없도록/ 다시는 힘 있는 자들로 인하여 증오와 분노 쌓이지 않도록/ 다시는 다시는 평화라는 말이 간절한 소망으로 외쳐지지 않도록.” 인류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한 뒤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입추가 훌쩍 지났지만 공기는 여전히 후텁지근하다. 대한민국에서는 저마다 먹고살기 위해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지구 저편에서는 진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었다. 그중 절반은 어린이들이다. “온 땅 온 누리에 당신의 평화가 가득가득 흘러넘치도록.” 성가의 마지막 구절을 반복해 부르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걸까.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일 텐데.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