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사람 목숨이 가장 소중한데

입력 2025-08-21 00:34

며칠 전 경북 청도에서 열차 사고가 발생해 선로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숨졌다. 열차 차단도 없이 작업 승인을 받고 선로에 진입한 지 불과 7분 만에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났다.

이렇듯 요즘 산재 사고가 끊임없이 뉴스에 등장한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4건이나 발생했다. 올 5월에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지난 8일엔 경기도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선 DL건설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자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관련자들을 질책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살기 위해 간 일터가 죽음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산재 사고가 발생한 회사엔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실시됐고, 일부 회사 임원들은 사직서까지 냈다.

이런 산재 사고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사망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점이다. 청도 열차 사고에서 숨진 두 노동자는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지난 2월 세종안성고속도로 공사 현장 붕괴 사고 당시 목숨을 잃은 노동자 4명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2명의 사상자가 나온 인천 맨홀 사고 때는 발주처인 인천환경공단이 용역을 준 이후 용역 업체가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줬고, 하도급 업체는 또 다른 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는 등 이른바 ‘3중 하청’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또 하나 공통점은 산재 사고 대부분이 ‘인재’라는 점이다. 그만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로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다는 것이다. 실제 인천 맨홀 사고 때는 공단이 ‘발주처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하도급도 금한다’는 내용을 과업지시서에 담았지만 3중 하청이 이뤄졌다.

SPC그룹 관련 사고는 대부분 노동자가 혼자 심야시간에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장시간 야간근무를 하지 않았다면, 옆에 동료가 있었다면, 아니면 CCTV가 제대로 설치됐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1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씩 일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재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추락·끼임·부딪힘 등 이른바 3대 사고 관련 위반 건수는 2021년 4560건에서 2022년 7569건, 2023년 7698건, 2024년 7340건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이미 3314건이 적발됐다.

결국 하청을 줄이되 그럴 환경이 안 되면 좀 더 다양하고 완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산재 사고를 줄이는 지름길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산재 사고와 관련, 일각에선 사고를 일으킨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처벌, 임원진 사퇴 등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구조적 문제에 관련 산업 위축 등이 그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무릇 한 사람의 목숨이 전 우주의 무게보다 무겁다고 했다.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가족을 잃은 사람의 아픔을 우리는 가늠할 수도 없다. 청도 열차 사고로 숨진 두 노동자는 30대였다. 한 명은 신입사원, 또 한 명은 외동아들이라고 한다.

두 젊은이가 그렸던 앞날은 얼마나 밝았을까. 많은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들더라도 후진적 산재 사고는 줄여야 한다.

모규엽 사회2부장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