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니는 북한이나 민주당으로 가라.”(지난 12일 부산 합동연설회)
새 지도부를 뽑는 8·22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축제가 되지 못했다.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뉜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당원은 양극단으로 갈렸고, 합동연설회에선 서로를 비난하는 고성과 삿대질만 남았다. 당내에선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자조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대선 참패를 거치며 계파 갈등은 화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깊어졌다.
탄핵 찬반 대결 구도는 전당대회를 거치며 악화하고 있다. 윤 어게인, 지지율 추락, 3대 특검 등 주요 현안마다 양측 입장차가 선명하게 갈리면서 보수 정통성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되는 모습이다.
마음 속으론 이미 분당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을 겨눈 3대 특검의 수사와 집권여당의 ‘내란정당 해산’ 공세 등 외부 압박이 ‘심리적 분당’을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특검이 가을쯤부터 몇 의원을 솎아내기 시작하면 당이 연말까지 이 모습대로 유지될까 싶다”며 “체포안이라도 국회로 넘어오면 또다시 내홍을 겪게 될 것이고, 그런 모습 자체만으로 민심은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당도 정당해산 카드를 계속 쥐고 흔들 것이다. 실제 실행 여부를 떠나 말로만 떠들어도 보수를 분열시키는 정치적 효과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특검이 추석 밥상머리에 우리를 어떻게든 부패·내란 정당으로 몰아보려고 온갖 의혹을 터뜨리지 않겠느냐”며 “혹여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라도 들어가면 일단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선수들은 탈당 등 고민을 안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두고도 찬탄과 반탄 양측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옛 친윤(친윤석열)계 주류 의원은 “법리적으로 해산은 불가능하다”며 “집권당이 정당해산 심판을 걸면 역풍이 불 거고, 보수는 결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민주당 입장에선 역풍이 불어도 국민의힘을 절멸시키면 장기 집권이라는 실익을 얻는다”며 “진보 우위 헌법재판소 구성인데, 인용 가능성이 0%라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또 ‘탄핵의 강’…물리적 분당 어려울 것
국민의힘은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극심한 내부 분열을 겪었다.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탄핵안 가결에 손을 든 소속 의원을 향해 배신자 논란 등이 불거졌고, 당은 그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졌다. 탄핵 정당성을 두고 벌어진 보수 진영 내분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기치를 내세운 이준석 현 개혁신당 대표가 2021년 6월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될 때까지 계속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밑바닥 당심까지 ‘윤 어게인’과 ‘윤 절연’으로 쪼개진 현재와 유사하다.
한 중진 의원은 “당원들조차 계파 이익을 당의 이익보다 앞세운다. 지지하는 후보가 이기지 못하면 대권을 내줘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분당으로 이어졌던 박 전 대통령 탄핵 후와 달리 이번에는 분당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찬탄파든 반탄파든 국민의힘이라는 플랫폼을 포기하지 않고 내부 당권 투쟁에 전념하는 ‘불편한 동거’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대안 보수정당으로 자리잡는 데 실패한 바른정당 사례가 일종의 교훈처럼 남아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의석수라도 넉넉하면 분당을 검토할 여지라도 있겠지만 지금은 107석에 불과해 (어느 계파든) 분당으로 얻을 이익이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윤 어게인 세력이 지도부를 장악하고 지지율이 몇 달간 10%대로 바닥을 치면 몇몇 개혁 성향 의원 중심으로 정치적 실험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결국 누가 나갈 것이냐의 문제인데, 어느 쪽도 국민의힘이 가진 막대한 당 자산과 조직을 버리고 나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치 구조가 여전히 지역 기반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구심점 없이 새 정당을 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