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이 가시화됐지만 유럽 등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안전보장의 세부 내용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하거나 소규모 ‘인계철선(tripwire) 부대’를 두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향후 구체적인 병력 규모나 방어 계획을 놓고 관련국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의 회담 직후 “안전보장 세부 사항은 10일 이내 마련돼 문서로 공식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파트너들이 안전보장을 풀어낼 것이며 점점 더 많은 세부 내용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헌장 제5조와 비슷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5조는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다른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 방위 조항이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을 포함한 안전보장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유럽이 제1방어선”이라면서도 “우리가 유럽을 도울 것이다. 우리도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주둔 여부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다.
우선 유럽에선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파병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가 비교적 적극적이다. 문제점은 실질적 억지력을 가지려면 최소 수만명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일 등 일부 국가는 파병에 소극적이다. 앞서 독일 싱크탱크 국제안보연구소(SWP)는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서방 병력 15만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검토하는 파병 병력은 3만~4만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규모가 작은 인계철선 부대 파견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방어 능력은 떨어지지만 러시아가 유럽군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재침공을 주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백명의 소규모 병력을 파견해 러시아 군대 감시 역할만 맡기는 아이디어도 거론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전보장 일환으로 유럽 자금을 바탕으로 900억 달러(약 125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