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거리를 장악하던 1세대 K뷰티 브랜드가 부활했다. 오프라인 로드샵의 몰락에도 브랜드를 지켜낸 게 주효했다. 올리브영이 중소브랜드를 성장시키고 다이소, 편의점,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가성비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 토니모리, 미샤 등 로드숍 브랜드가 다시 선전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토니모리가 올해 상반기 올리브영과 다이소 등을 통해 올린 매출은 약 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배 이상 늘었다. 다이소 전용 브랜드 ‘본셉’은 지난해 4월 다이소 첫 입점 이후 1년 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했다. 토니모리의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114억원, 영업이익은 9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4%, 21% 증가했다.
‘미샤’와 ‘어퓨’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호실적을 거뒀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77억원, 영업이익 72억원이었다. 2019년 4분기 이후 5년 반에 최대 분기 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10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이같은 흐름은 중소 화장품의 유통 환경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화장품 업종 가맹점 수는 2020년 2018개에서 2023년 1071개로 줄었다. 그해 폐점률은 28%로 전체 도소매업종 중 가장 높았다.
한때 명동의 ‘랜드마크’였던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 지난 2월 폐점한 것은 로드숍 시대가 저물었다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반면 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편집형 매장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업계를 장악해왔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 따르면 올리브영 점포 수는 2014년 417개에서 2023년 1336개로 10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오프라인 단독 매장이 위축되자 브랜드들은 온라인에서 활로를 찾았다. 무신사·에이블리·지그재그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잇따라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면서 로드숍 브랜드들의 소비자 접점이 확대됐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샤의 검색량은 전년 대비 808%, 토니모리는 728% 늘었다. 무신사·에이블리 등 특정 플랫폼에서 먼저 선보이는 단독 선론칭 상품이 호응을 얻는 등 협업 전략도 유효했다.
유통채널도 다양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이마트와 손잡고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라인을 4950원 균일가에 내놓으며 초저가 화장품 시장에 참전했다. 토니모리는 군 장병을 겨냥한 ‘어성초 시카 쿨링 수분크림’을 올해 초 PX에 신규 입점했다. GS25와 CU 등 편의점도 화장품 라인을 강화하며 뷰티 브랜드의 무대를 넓히고 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마다 유통 채널 특성에 맞춰 전략적으로 제품을 내놓는 흐름이 선명해지고 있다. 새로운 채널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