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정상회담 임박, 전쟁 종식 둘러싼 ‘최후 담판’

입력 2025-08-19 18:45
사진=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직접 만날 뜻을 밝히면서 3년6개월째 이어진 양국의 소모적인 전면전은 종전이냐 아니냐의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정상회담이 조만간 성사된다면 개전 이후 당사국 정상 간 첫 만남으로 의미가 있지만 영토 재획정 등 난제가 많은 상황이어서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 종식이 즉각 합의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두 개전 이후 처음 추진되는 정상회담의 속도를 강조했다. 푸틴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젤렌스키와 처음 만나는 시점을 ‘2주 이내’로 특정했는데 CNN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외교적 추진력이 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역시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 내가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휴전을 제안하면 푸틴도 조건을 걸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구 사항을 제시하며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고위급 협상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날 트럼프와 푸틴이 약 40분간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우크라이나와 협상하는 러시아 대표의 급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5월부터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3차례 진행한 우크라이나와의 고위급 협상에 문화장관이 고위직 이력의 전부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을 대표로 앞세웠다. 러시아가 외교·국방장관을 배제한 대표단을 구성하자 협상 성과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고, 결국 3차례 회동에서 모두 포로 교환 이상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젤렌스키와 푸틴의 첫 대면에서 가장 큰 쟁점은 영토 재획정 문제다. 그동안 영토 타협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젤렌스키는 이날 “트럼프와 영토 문제에 대해 장시간 논의했다”며 “영토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안으로 ‘현재의 전선대로 영토 확정’을 주장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영토 교환(land swap)’이라는 표현으로 푸틴과 젤렌스키를 설득하고 있다. CNN은 “영토 교환은 본질을 감추는 표현”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땅을 되찾아야 하지만 푸틴은 점령지에서 전략적 요충지가 아닌 불필요한 땅만 놓고 협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토 교환은 러시아군 점령지에 남은 우크라이나인을 쫓아내거나 국적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중동의 사례처럼 향후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