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출 과정에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독소조항이 포함된 합의를 체결했다는 논란에 대해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여권은 윤석열정부가 원전 수출 성과를 내기 위해 불공정 조건을 수용한 ‘매국 행위’로 규정하고 공세를 퍼부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9일 오전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체코 원전 수출에 대해 국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게 진상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계약 체결 과정이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졌는지, 원칙과 절차가 다 준수됐는지 조사하도록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많은 국민이 당혹스럽게 생각하고 화도 난 상태”라며 “정말 호구 짓을 한 게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산자위원장도 “2017년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 기술 독립 선언을 하지 않았느냐. 왜 국민을 속였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불리한’이라는 단어에 동의를 못하겠다”며 “(웨스팅하우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그 수준은 저희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청구 등 국회 차원의 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고 김동철 한전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재협상도 불가피하다.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불공정 계약을 바로잡고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한수원, 한전 이사회의 배임 행위 여부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과 한전은 지난 1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을 통해 한수원과 한전이 북미·EU(체코 제외)·일본·영국·우크라이나 시장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과 한전은 중동·동남아시아·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만 신규 수주 활동을 벌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향후 50년간 한국 기업이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1조원대의 물품·용역 구매 및 기술 사용료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할 때도 웨스팅하우스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환 기자, 세종=양민철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