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독주 비만약 시장에 마운자로 온다… 경쟁 본격화

입력 2025-08-20 00:11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독주하던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강력한 도전자를 맞는다. 미국 시장에서 위고비를 제치고 처방 1위에 오른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다. 노보노디스크는 마운자로의 국내 상륙에 앞서 위고비 가격을 인하하면서 방어에 나섰고, 두 주사제는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는 ‘마운자로’(성분명 티제파타이드)의 국내 유통에 돌입, 오는 21일부터 2형 당뇨병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기관 처방을 개시한다. 마운자로는 위고비와 마찬가지로 주 1회 투여하는 주사형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다. 2.5㎎, 5㎎의 저용량 제형부터 우선 공급되며 고용량(7.5~15㎎)은 이후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마운자로의 초도 물량은 2.5㎎(4주분) 기준 약 27만원, 5㎎은 약 37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위고비 가격과 비교하면 최대 10만원가량 저렴하다. 릴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용량을 우선 투입해 초기 시장점유율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노보노디스크도 가격 조정에 나섰다. 위고비는 0.25~2.4㎎ 용량별로 5가지 종류로 나뉘지만 그동안 같은 가격으로 유통돼왔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를 용량에 따라 10~40% 인하하며 대응 태세를 갖췄다. 40만~80만원 수준인 시중 판매가격도 최저 23만원 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마운자로는 미국 시장에서 위고비를 제치고 점유율 60%로 1위를 기록 중이다. 마운자로는 GIP(위 억제 펩타이드)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주사제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 기전으로, 체중 감량 효과 면에서 GLP-1 계열인 위고비 대비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72주간 진행된 임상에서 마운자로는 평균 20.2%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위고비(13.7%)보다 앞섰다.

위고비 설명하는 약사. 연합뉴스

국내 GLP-1 계열 비만약 시장은 위고비 등장 이후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비만약 시장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위고비는 점유율 73.1%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위고비 출시 후 6개월 누적 매출은 1398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두 약물 모두 구역질, 구토, 변비 등 위장 관계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무분별한 처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약의 경쟁이 심화할수록 환자 접근성은 높아지지만 단순 체중감량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오남용 우려도 커진다는 얘기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이사는 “비만 치료제는 단순 투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확한 진단과 의학적 모니터링, 식이·운동요법을 병행할 때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임상시험 수준의 결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의 처방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