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하는 그 장관 앞세워라”… 트럼프가 픽했던 ‘마당발’

입력 2025-08-20 00:03
이재명정부 초대 주미대사에 내정된 강경화(오른쪽) 전 외교부 장관이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주미대사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파격 발탁한 것은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미국 조야에 ‘마당발’로 통하는 인물인 만큼 트럼프 2기를 맞아 복잡한 한·미 현안에 대응할 적임자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그 영어 잘하는 장관을 한·미 관계 전면에 내세우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가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CNN 등 강 전 장관의 여러 외신 인터뷰를 인상 깊게 보고, 여러 번 직접적으로 극찬했다. 특히 “한국에 외교장관이 있지 않냐. TV 인터뷰를 봤는데 영어가 ‘퍼펙트’하더라”며 강 전 장관의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도 높게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 외교관을 만날 때에도 상대방이 영어를 못 하면 무시하는 특색이 있다”며 “강 전 장관이 완벽하게 영어를 하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 실력뿐 아니라 특유의 당찬 모습이 외교관으로서 신뢰감을 주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이 관계자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날 때도 (강 전 장관의) 당당한 태도가 (미국 조야에)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과 이견이 발생했을 때도 원만히 잘 풀어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겪어본 강 전 장관은 2기 행정부와의 소통에도 강점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미국과 관세 디테일 협상, 안보 문제 등 실무 현안이 산적한 만큼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정통한, 외교 전선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유경험자’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당시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에 익숙하다는 게 강 전 장관의 강점”이라며 “미국에서 (강 전 장관에 대한) 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문재인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에도 발탁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경험이 많은 강 전 장관은 미국 조야에서 ‘유명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유엔에서만 약 10년간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강 전 장관 재임 시절 주요국 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강 전 장관은) 유엔에 근무했기 때문에 미국에 지인이 많다”며 “대사는 본부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기 때문에 사교적인 사람을 내세우는 게 유리하고, 그런 점이 작용한 인사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장관을 지낸 인사가 장관급 주미대사로 발탁된 것에 대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과거 노무현정부 때도 문민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승주 전 주미대사가 대사직을 수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2017년 6월 문재인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에 임명된 후 2021년 2월까지 재직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