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6개 전쟁 끝냈다” 트럼프 중재외교 일단 순항 중

입력 2025-08-19 18:44 수정 2025-08-19 18: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린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시위에 나선 사람이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도망친다)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자리를 마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일단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을 강하게 욕심내는 트럼프의 강압적 중재 외교가 장기적으로는 갈등과 대립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나는 6개의 전쟁을 끝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7번째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중재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본인의 중재로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통해 전쟁 종식을 이끌어낸다면 트럼프 중재 외교의 최대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취임 후) 지난 6개월 동안 전쟁 6건을 종결시켰다”며 “그중 하나(이란·이스라엘 전쟁)는 핵 재앙으로 번질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고 자평했다.

지난 6월 트럼프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에 개입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하면서 전쟁이 멈춘 것이다. 트럼프는 폭격 직후 트루스소셜에서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 이제는 평화의 시간”이라고 자찬했다.

지난달 국경 분쟁을 벌인 태국과 캄보디아도 닷새 만에 휴전했다. 당시 트럼프는 캄보디아·태국 총리와 연쇄 통화에 나선 사실을 트루스소셜에 공개하고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멈추겠다”고 압박했다.

지난 8일에는 오랜 앙숙 관계였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정상이 백악관에 초대돼 트럼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하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 밖에 인도·파키스탄, 이집트·에티오피아, 르완다·콩고민주공화국의 분쟁도 중재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실제 종전·휴전에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 해당 국가들의 합의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전문가들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중국 내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전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의 장루웨이 연구원은 “분쟁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 분쟁 해결을 위한 전략적 인내심 없이 관세·무역 협상을 무기로 한 강압적 중재”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대립과 마찰의 씨앗을 뿌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도 지금까지 트럼프의 분쟁 개입을 두고 “미국이라는 우월적 권력에 트럼프의 잔혹하면서도 강탈적이고 변덕스러운 스타일을 이용한 중재였다”고 평가했다.

SCMP는 트럼프가 세계 곳곳의 분쟁에 나서서 강압적인 중재 외교를 펼치는 것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염두에 둔 행위라고 전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