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혁신 없이 ‘윤 어게인’ 공방만 하다 전대 끝낼 텐가

입력 2025-08-20 01:30
2025년 8월 1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 (왼쪽부터) 김문수, 조경태, 장동혁, 안철수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의 8·22 전당대회가 당의 혁신이나 보수 정체성 회복 방안에 대한 논의보다 막판까지도 ‘윤 어게인’ 공방에 치우치고 있어 개탄스럽다. 김문수·안철수·장동혁·조경태 당대표 후보들은 어제 세 번째 TV토론과 장외 발언 등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결별 문제나 탄핵 문제를 둘러싼 공방으로 뜨거웠다. 일부 후보들은 ‘윤 어게인’ 세력과의 결별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오히려 그들을 비판하며 당 분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이 반복됐다. 당대표들뿐 아니라 그제 열린 최고위원 후보 토론회 역시 ‘윤 어게인’ 늪에 빠져 있긴 마찬가지였다.

이번 전대는 당 소속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어진 대선에서도 패배한 뒤 치러지는 만큼 어떻게 하면 당을 쇄신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를 경쟁하는 장이 돼야 했다. 국민들도 국민의힘이 혁신 경쟁을 통해 제1야당으로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혁신의 자리에 탄핵 찬반 공방이 들어서고, 당의 미래를 얘기해야 하는데 과거에 사로잡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윤 어게인’을 주창한 유튜버가 합동연설회장에서 소란을 피웠지만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고, 일부 후보들이 표 때문에 그의 마음을 얻으려 경쟁하고 있으니 퇴행도 이런 퇴행이 없을 듯하다. 당 내부에서 “유튜버가 아니라 후보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김대식 의원), “정치인들이 보수를 낭떠러지로 밀어 넣지 마라”(신상진 성남시장), “정권에 이어 당까지 말아 먹으려는 세력으로부터 당을 지켜야 한다”(윤희숙 혁신위원장)는 경고음이 잇따랐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민의힘이 전대를 결국 이런 식으로 끝낸다면 국민 마음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흔들리고 있는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이 더욱 축소될 것이고, 건전한 국정 견제 세력이 없는 상황은 국민들한테도 불행한 일이다. 이를 피하려면 후보들이 냉정을 찾아 단 며칠이라도 혁신과 보수 재건 방안을 놓고 제대로 경쟁해야 한다. 광역단체장 등 당 소속 책임 있는 인사들도 전대가 바른 방향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의원이나 당원들도 누구의 혁신안이 가장 좋은지, 누가 당을 제대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곰곰이 따져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뿐 아니라 당의 미래도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