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석 좁혀 만드는 프리미엄석” 논란 커진 대한항공 꼼수

입력 2025-08-19 20:35 수정 2025-08-20 02:09
대한항공 프리미엄석.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의 프리미엄석 신설이 이코노미 좌석 축소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방식으로 프리미엄석을 구성하면 대다수 승객이 이용하는 이코노미석 공간이 줄어든다. “불편을 승객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사안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 달부터 보잉 777-300ER 11대를 개조해 프리미엄석을 도입한다. 새로 선보이는 프리미엄석은 비즈니스석(프레스티지석)과 이코노미석의 중간 등급 개념이다. 너비 19.5인치, 간격 39~41인치로 기존 이코노미석 대비 약 1.5배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가격은 이코노미석 정상 운임 대비 약 10% 높게 책정될 예정이다. 돈을 더 내고서라도 편안함을 원하는 중간 수요층을 겨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등석은 사라지고, 비즈니스석은 일부 줄어드는 대신 프리미엄석과 이코노미석으로 재편된다. 전체 좌석 수는 291석에서 328석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코노미석 공간 변화에서 나온다. 좌석 배열을 기존 3-3-3에서 3-4-3으로 바꾸면서, 좌석 너비는 18.1인치에서 17.1인치로 1인치(2.54㎝) 줄어든다. 좌석 앞뒤 간격은 33~34인치로 기존과 같지만, 승객이 체감하는 공간은 이전보다 좁아질 수밖에 없다. 행마다 1개 좌석이 추가되는 셈이라 비좁아지는 게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기내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3-4-3 배열은 이미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이 채택한 표준”이라며 “슬림 시트를 적용해 체감 차이는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밀라노, 암스테르담, 호놀룰루 등 일부 노선에서 17.2인치 좌석을 운용하고 있어 좌석이 작아지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코노미석 축소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소비자 편의와 안전에 대한 고려 없는 프리미엄석 도입은 즉시 개편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정위도 예의주시 중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승인하며 40개 노선(국제선 26개, 국내선 14개)에 대해 좌석 간격 등 서비스 품질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붙였다. 인천~뉴욕 등 장거리 노선과 김포~제주 등 국내 주요 노선에서는 좌석 축소가 금지된다. 다만 현재까지 공정위가 대한항공에 좌석 교체와 관련한 의견을 전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계획대로 프리미엄석 도입을 강행할 방침이다. 첫 투입은 다음 달 17일 인천~싱가포르 노선으로 확정됐다. 이 노선은 공정위가 지정한 40개 노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머지 항공기도 순차적으로 리뉴얼해 6시간 이내 중·단거리 노선에 배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약 3000억원을 투입해 노후화된 항공기를 대상으로 좌석 등 기내 환경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2018년부터 이어온 고객 편의 증대 및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