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겨냥해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라며 “우리로 하여금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유화 메시지에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핵무장 확대라는 마이웨이에 나선 것이다.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은 정부는 다가오는 한·일, 한·미 정상회담 등을 활용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우회로를 탐색할 방침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에 있는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시찰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인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없이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의 주권 안전을 철통같이 수호하는 데서 가장 믿음직하고도 확고한 방도와 담보는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뿐”이라며 핵무장 확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며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남한을 적이라고 강조하며 남북 간 대화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핵무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비핵화 불수용 의지를 재차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연합훈련 대응 성격이자 비핵화 불수용은 물론 불가역적으로 핵무기를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자기들이 원하는 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10월 당 창건 80주년, 내년 초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를 앞두고 러시아와의 밀착과 이를 활용한 내부 경제 성과 달성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에 나올 이유가 없다”며 “내부 경제도 어렵고 남한을 적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쉽게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한·일 및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공조체제를 복원해 미국의 대북 대화 등을 통한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를 견인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