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보고서에 온라인플랫폼은 사후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 시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사전규제’를 강조해온 여당과는 배치된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21년 발행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해외 주요국의 경제체제 중요 요소 변화: 기후위기, 디지털플랫폼, 인적자원 및 국가채무를 중심으로’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는 주 후보자, 류덕현 중앙대 교수(현 대통령실 재정기획보좌관) 등 5명이 참여했다.
보고서는 온라인플랫폼에 대해 “사전적이고 비차별적인 규제가 오히려 경쟁과 혁신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후적인 사례·행위별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플랫폼은 승자독식을 초래할 수 있는 다면 시장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경향을 상쇄할 수 있는 요인들이 존재한다”며 “사례·행위별 규제를 효과적으로 행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의 특성을 반영한 심사지침의 수정과 경제분석 방법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입장은 ‘사전규제’를 강조한 더불어민주당 입장과 정반대다.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한 온플법은 거대 플랫폼을 규율하는 내용 등이 담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독점규제법’,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 갑·을 관계를 다루는 ‘거래공정화법’으로 나뉜다. 이중 민주당은 독점규제법에 대해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해 규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온플법을 둘러싸고 민주당에서 발의한 법안들도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기준을 정해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많다.
일례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 중 공정시장가치가 15조원 이상인 사업자가 월평균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혹은 월평균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 수 5만개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해당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공정위에 신고하는 독점규제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한·미 협상 등 현재 당면한 이슈를 고려했을 때 당장 온플법이 쟁점으로 불거질 가능성은 작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 후보자는 지명 하루 뒤인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출근길에서 “온플법은 한·미 무역협상이 이뤄진 후 그에 따라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