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의 시간 통해 작은 일상에 감사하는 법 배워”

입력 2025-08-20 03:03
방송인이자 작가인 서정희씨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유방암 투병 과정에서 겪은 역경과 은혜를 간증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경건과 절제의 삶으로’를 주제로 말씀을 전한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암과 싸우며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지난 5월엔 5년 프로젝트였던 성경 일독 녹음을 마쳤다. 뒤늦게 필라테스를 시작해 대회에서 시니어부 대상도 탔다. 매일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SNS에 일기처럼 써낸 암 투병기와 묵상은 책으로 출간돼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 이 모든 걸 예순이 넘은 나이에 시작했다.

모델에서 방송인으로, 이제는 방송인보다 작가로 불리고 싶은 서정희(63)씨. ‘살아 있길 잘했어’(위더북) ‘혼자 사니 좋다’(몽스북) ‘정희’(아르테) 등을 쓴 서 작가는 “힘들 때마다 순간순간을 기록하며 아픔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서 작가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제36회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회장 이병구 네패스 회장)에서 간증자로 나섰다. “유방암 수술 이후의 삶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는 그는 유방암 투병 과정에서 느낀 절망적 순간을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얼굴은 검어지고 피부는 푸석푸석해졌어요. 항암으로 머리카락은 다 빠졌고요. 부종으로 늘 퉁퉁 부어있는 손발, 손톱 발톱까지 멍든 것처럼 검게 변한 제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슬프고 삶의 의욕도 없어졌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픔을 삼키며 주님을 신뢰하고 누워있는 일이었습니다.”

암과 사투를 벌인 고통의 시간은 물리적인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항암 치료를 마친 뒤엔 표적 치료, 겨드랑이까지 전절제했던 가슴을 복원하는 수술까지 꼬박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신없이 투병을 이어가면서 그는 자문했다.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유방암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은 뭐였을까.’

투병 중인 몸을 일으켜가며 그가 시작한 건 사소한 일상이었다. 새벽 기도 나가기, 성경 필사하기, 성경 낭독하기, 가족과 웃으며 이야기하기, 그리고 글쓰기. “병치레를 하면서 매일매일 작은 일상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는 그는 “앞으로 2년만 잘 버티면 완치 판정을 받는다”고 전했다.

아직 투병이 끝나지 않았지만, 그는 평생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하며 오히려 가장 당당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투병 기간 광진구에 작은 집 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해 1년 반 동안 집을 완성했고, 등산과 탁구도 시작했다. 예순 넘어 시작한 수영은 접영까지 배우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은 인생 자신의 사명을 전하며 간증을 마무리했다. 그는 “나의 고난 환난 아픔 기쁨 등 모든 것이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되면 좋겠다”며 “이제 제가 할 일은 배우자와 함께 주님을 전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갈렙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왕성하게 주님을 전하며 살겠다. 자신의 소중한 옥합을 깬 마리아처럼 주님을 사랑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간증에 앞서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는 ‘경건과 절제의 삶으로’(약 1:26~27)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최 목사는 설교에서 “경건은 외적인 형식이나 규율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든 하나님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코람데오(coram deo) 신앙”이라며 “이웃을 사랑하고 세속으로부터 절제된 삶을 살 때 진정한 경건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의 실천이 없고, 자기 성찰이 없는 경건은 죽은 신앙”이라며 “경건은 하루아침에 완성하는 게 아닌 훈련되고 실천되는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야고보서 1장 27절이 37년간 빈민 사역을 이끌어온 원동력이라고 밝히면서 “사람 앞에 드러내기 위한 믿음, 실천하지 않는 신앙은 껍데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부터, 여기부터,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부터 지금 돌봐야 할 고아와 과부는 누구인지 성찰해보자”며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 앞에서 참된 경건을 실천하자”고 권면했다.

CLF는 각계각층 크리스천 리더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2019년 출범했다. 제37회 CLF는 오는 10월 21일 열린다. 고성준 수원하나교회 목사가 설교하고 KBS 전 아나운서인 신은경 권사가 간증할 예정이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