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에 강릉 ‘무기한 제한급수’… 삶 전체가 ‘비상’

입력 2025-08-20 00:22
강원도 강릉시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19일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들어내 보이고 있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이날 21.8%로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함에 따라 20일부터 무기한 제한급수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가 20일부터 무기한 제한급수를 시행한다. 강릉의 주 취수원인 오봉저수지가 바닥을 들어내서다.

오봉저수지 인근에 있는 오봉리 마을 농민들은 여름에 심은 들깨 수확을 포기했다. 여름 내내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다 보니 깨가 자라지 않아서다. 이맘때쯤 파종해야 하는 가을배추도 심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유봉열 오봉리 이장은 19일 “깨를 심어놨는데 땅이 바싹 마르다 보니 작물이 아예 자라지 않았다”며 “밭에 먼지만 날리는 상황이라 배추 파종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은 농촌뿐만 아니라 생활, 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가뭄 피해를 겪고 있다. 공공 수영장 3곳은 지난달 14일부터 문을 닫았다. 시내 공중화장실은 주말에만 운영한다. 분수대 6곳도 6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식당, 카페 등에서는 정수기 대신 생수를 쓰며 절수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홍제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하늬(42·여)씨는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라 정수기 물 대신 생수를 사서 쓰고 있다”며 “물을 아끼려고 커피잔도 한꺼번에 모아 설거지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는 20일 오전 9시부터 세대별 계량기를 50%까지 잠그는 제한급수를 시행하기로 했다. 제한급수는 가뭄이 해갈될 때까지 무기한 실시한다.

공무원, 이·통반장 등이 각 가구를 직접 방문해 제한급수 동의를 얻어 계량기 50%를 잠글 예정이다. 제한급수 대상은 주문진읍, 연곡면, 왕산면을 제외한 전 지역이다. 전체 인구 20만명 가운데 18만명이 제한급수 대상이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날 현재 21.8%로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평년 저수율 대비 33.3%에 불과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25일 뒤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6개월간 강릉의 누적 강수량은 386.9㎜로 평년 751.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에 전국이 집중호우로 홍수를 겪을 때도 강릉에는 큰비가 내리지 않았다.

시는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조치에 들어간다. 현재 상황으로는 28일쯤 저수율이 1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저수지가 완전히 바닥나면 각 세대에 생수를 나눠주고, 전 지역 운반급수를 시행할 방침이다.

시는 가뭄 해결을 위해 왕산면 도마천 준설을 통해 담수율을 높이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남대천 대형관정 개발을 통해 하루 1만t 이상의 추가 용수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연곡~홍제 송수관로 복선화 사업, 오봉저수지 평탄화 등을 통해 용수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