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힘의 논리’ 따르는 우크라 종전 협상…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25-08-20 01:1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6개월 만에 분수령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잇따라 만나면서 전쟁 당사자의 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성사된다면 푸틴과 젤렌스키의 담판을 통해 종전 여부와 조건이 결정될 상황이다. 회담을 조율한 트럼프는 “현재 전선을 고려한 영토 교환 가능성을 논의해야 한다. 젤렌스키가 푸틴과 대화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땅을 러시아에 내줄 것이냐, 한 나라의 주권을 핵보유 강대국이 무력으로 침탈하는 것을 용인하느냐가 결국 종전의 조건이 되고 말았다.

두 나라를 중재하는 트럼프의 방식은 단순했다. 푸틴이 원하는 것, 즉 우크라이나 동부의 요충지 돈바스 지역을 내주면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국제법을 위반한 러시아의 침략 행위나 푸틴의 전범 수배 사실 따위는 그의 안중에 있지 않았다. 알래스카 회담에서 푸틴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한 뒤 트럼프가 한 말은 “러시아는 강대국이고 우크라이나는 그렇지 않다”였다.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종전을 향해 가는 과정은 한층 뚜렷해진 두 가지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①세계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정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핵을 가진 강대국이 그렇지 않은 나라의 영토와 주권을 침탈하는, 명백한 규칙 위반을 용인하는 세상이 됐다. ②미국의 돌변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에 맞서 3년 넘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던 미국이 180도 입장을 바꾸면서 러시아가 원하는 결말을 향하게 됐다.

이렇게 달라진 세계 질서에서 한국은 핵을 가진 북한과 마주한 채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의 처지에 언젠가 우리가 놓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극한 상황까지 가정하는 여러 겹의 안보 전략을 구상해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