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어떻게 될까

입력 2025-08-20 00:50

선거법 위반, 대북 송금 등 5개
재판 모두 ‘추후 지정’ 연기
헌법 84조 해석 논란에도
법원은 대통령 재판 면책 인정

대법관 ‘14명→30명’ 증원되고
법관 평가에 국회가 개입하면
재판 결과 예단하기 어려워

여당의 사법부 압박 시나리오
정권 재창출, 국회 장악 전제
5년 뒤 정치 지형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은 피고인이다. 법원은 이 대통령이 기소된 재판 5건을 모두 중단했지만 무죄를 선고하거나 면소판결을 내리지는 않았다. 법원은 ‘기일을 추후 지정하겠다’며 재판을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을 뿐 피고인 신분의 굴레를 벗겨주진 않았다. 재판이 중단된 이 대통령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쌍방울 대북 송금, 위증 교사, 대장동 개발 비리, 법인카드 유용 등이다.

법원은 재판을 연기한 이유로 피고인이 대통령이라는 점을 들었다. 대북송금 사건의 재판장인 수원지법 송병훈 부장판사는 “이재명 피고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고, 국가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의 계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의 재판 면책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에 ‘재판’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소추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미 기소된 재판은 계속돼야 맞다. 그러나 소추가 재판을 전제로 한 것인데, 헌법 84조의 취지를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면 재판도 중단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어떤 해석이나 주장이 헌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이나 판례는 없다. 헌법 제정 당시에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법원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던 것 같다. 선거법 위반 파기 환송심 재판부가 당초 기일을 대선 전인 5월 15일에서 대선 후인 6월 18일로 변경한 것은 이 대통령의 낙선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재판부의 기일 변경 의도를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대통령의 재판 면책 범위에 대한 판단을 미룬 것이고, 달리 해석하면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재판을 연기할 수는 있지만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재판을 속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모든 재판부가 ‘추후 지정’을 선택했다. 선거 당일 출구조사를 통해 드러난 일반 여론은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도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는 반응이 64%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에도 ‘재판 계속’을 지지한 응답자가 43%였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에는 재판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과 대북 송금 사건은 대부분의 사실관계가 대법원까지 거치면서 확정됐고, 유무죄 판단도 내려졌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고, 쌍방울이 북측에 건넨 돈은 경기도 지사 시절 이 대통령의 방북 비용이었다는 게 1심, 2심, 3심 재판부의 일관된 판단이다. 대북 송금을 주도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징역 7년 8개월의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이 대통령을 이 전 부지사의 공범으로 기소했는데, 이 대통령이 대북 송금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이 대통령이 재판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길은 법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입법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 재판 무력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중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제는 사법부를 압박하는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민주당 의도대로 대법관 숫자가 14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나면 이 대통령이 임기 중 임명권을 행사하는 대법관은 26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2030년 2월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 10명이 포함된다. 대법원 구성이 확 달라지면 재판 결과도 뒤집힐 수 있다. 파기 환송심이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이 대통령이 재상고하면 새로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국회 추천 인사들이 참여하는 법관 평가제가 도입된다면 하급심 판사들도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사법부 압박 시나리오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과 입법부 장악이 지속되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이 대통령은 퇴임하더라도 손쉽게 재판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고, 설사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후임 대통령의 사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재판이 어떻게 될지는 5년 뒤 정치 지형에 달렸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