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박사’ 석주명, 나비만큼 제주 사랑했네

입력 2025-08-20 00:10
1941년 촬영된 석주명의 생전 모습.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제주는 돌, 바람, 여자 등 세 가지가 많아 ‘삼다도’로 불린다. 다른 건 자연현상이라 이해되지만 여자는 왜 많은 걸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그 배경을 연구한 이가 있다. ‘나비 박사’로 널리 알려진 생물학자 석주명(1908∼1950)이다.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동우)이 ‘제주에 나빌레라-광복 80주년 기념 석주명 특별전’을 통해 ‘제주학의 선구자’로서 석주명을 조명해 눈길을 끈다. 평양 출신의 석주명은 일본 가고시마고등농립학교에 유학을 가면서 나비 연구를 하게 됐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 조선인 학자로서는 최초이자 유일한 영문 단행본 ‘조선산 접류 총목록(Synonymic List of Butterflies of Korea)’을 낼 정도로 나비 연구로 이름을 날리던 석주명은 1943년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 소장으로 부임했다. 2년 1개월 제주에 체재하는 동안 그는 향토사학자 같은 열정으로 제주도의 언어, 사회, 문화를 연구했다.

석주명이 집필한 ‘제주도총서’ 6권(1947∼1971년).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제주도에는 왜 여자가 1.5배 많을까’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16개 마을 4600가구를 조사했고 남자들이 척박한 환경을 피해 육지와 일본으로 돈 벌러 간 결과라는 걸 밝혀냈다. 조사 결과를 묶은 ‘제주도의 생명조사서’와 함께 ‘제주도방언집’ ‘제주도 문헌집’ 등 세 권을 생전에 발간했다. 또 ‘제주도 수필’ ‘제주도 곤충상’ ‘제주도자료집’ 등 미출간 원고는 사후 20년이 지나 책으로 나왔는데, 모두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이처럼 제주학 선구자로서 석주명을 조명하는 한편, 나비 연구의 권위자 석주명의 삶을 나비와 관련된 각종 유물을 통해 조명한다. 나비 장식이 있는 고려 시대 귀이개부터 조선 시대 자수 활옷까지 106점이 나왔다.

남계우의 '꽃과 나비'(19세기 중엽).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구한말 나비 그림의 대가 남계우의 나비 그림이다. 별명이 ‘남나비’였던 남계우의 삶과 예술을 연구해 ‘남나비전’이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는 석주명은 남계우의 나비 그림에서 37종의 나비를 판별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생태 도감이라고 극찬했다. 10월 19일까지.

제주=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