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은 보물을 좇는 이들이 벌이는 욕망의 파멸극이다. ‘탐욕의 화신’으로 보이는 오관석 역을 맡은 배우 류승룡(55)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보물을 찾았다고 했다. 그가 찾은 보물은 “동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이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18일 만난 류승룡은 “잡히지 않는 욕망을 찾고자 하는 작품에서 나는 만족과 행복을 찾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정이 참 좋았던 작품이다. 촬영하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며 “현장에서 배우끼리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는, 그 끈끈한 마음들이 진실되게 느껴졌다”고 돌이켰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파인’은 전남 신안 앞바다에 묻힌 도자기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촌뜨기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이야기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군상극의 특성상, 배우들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류승룡이 연기한 관석은 도굴단을 이끄는 행동대장이다. 조카 오희동(양세종)과 함께 좀도둑질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다 도굴에 가담한 뒤 급기야 끔찍한 일까지 저지르게 된다. 2019년 관객 1600만명을 동원한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2019) 이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아마존 활명수’(2024), 드라마 ‘닭강정’(넷플릭스·2024) 등에서 유쾌한 역할을 맡아 온 류승룡이 오랜만에 선보인 거친 캐릭터다.
류승룡은 “대본을 읽으면서 영화 ‘파고’(1997)가 떠올랐다. ‘파고’에서 돈을 묻어놓은 땅 위에 눈이 내려 자신이 팠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놀랍게도 윤태호 작가님이 그 포스터를 붙여놓고 작품을 썼다고 하시더라”면서 “끝없는 욕망과 끝내 잡히지 않는 허망함을 그린 점에 끌렸다”고 했다.
여러 인물을 조율하며 극을 끌어가는 게 그의 몫이었다. 류승룡은 “살아 숨 쉬듯 펄떡이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라며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적절한 역할 배분이 중요했다. 전체 흐름을 잡아주면서 다른 배우들이 잘 뛰놀 수 있도록 판을 까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도 그는 리더였다. 첫 대본 리딩을 마친 뒤 극 중 한배를 타는 배우 14명을 초대해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 연락처와 주소, MBTI까지 정리해 서로 인사를 나누게 했다. 배우끼리 친해지니 현장 분위기는 자연히 더 좋아졌다. 류승룡은 “이전 작품도 그랬지만 이번엔 유독 팀워크가 좋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간 순차 공개된 11부작 ‘파인’은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공개 이후 30일 연속 디즈니+ 한국 콘텐츠 시청 1위를 기록했다. K콘텐츠 분석 플랫폼 펀덱스의 드라마 부문 화제성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배우 부문 화제성에선 출연 배우인 임수정과 류승룡, 양세종이 1~3위를 휩쓸었다.
류승룡은 “감사할 따름”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미 시즌2 구상도 하고 있다. 그는 “바다를 팠으니 땅도 한번 파봐야 하지 않겠나.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즌2 제작은 확정되더라도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JTBC)와 내년 상반기 촬영 예정인 ‘무빙 2’(디즈니+)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