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지에 ‘맹그로브 숲’이 온다… 뼈대 잡아가는 국내 첫 해안형 수목원

입력 2025-08-19 00:42

지난 13일 전북 김제 새만금지구 국립새만금수목원 공사현장. 조개 모양을 딴 ‘해안식물돔’의 철골구조가 뼈대를 잡아가고 있었다. 대형 온실인 해안식물돔에는 ‘맹그로브’가 식재(초목을 심어 재배)될 계획이다.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리는 맹그로브는 열대·아열대에서 자성한다. 덥고 습한 지역의 해변이나 강 하구 부근 염성습지(짠물로 인해 염기성이 강한 습지)에서 주로 자란다.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이 주 서식지다. 한국엔 낯선 식물이지만, 다가올 미래이기도 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태호 DL이앤씨 국립새만금수목원 현장소장은 “기후변화로 국내에도 맹그로브 식재가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온실 바깥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립새만금수목원은 국내 최초로 간척지에 조성되는 ‘해안형 수목원’이다. 면적은 150ha(150만㎡), 축구장 212개 규모에 이른다. 맹그로브를 비롯해 1014종, 총 62만본의 식물이 식재된다. 해안식물돔 외에 간척지 식생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 ‘도서화원’, 해안사구 식물 보전 공간으로 조성되는 ‘해안사구원’ 등도 마련된다. DL이앤씨가 2027년 2월 개원을 목표로 시공 중이다. DL이앤씨는 앞서 국내 최초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도 2020년 준공했다.

향후 한국의 국립수목원은 ‘국립수목원(경기도 포천 광릉·1987년 개원)-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2017년)-국립세종수목원(세종·2020년)-국립새만금수목원(전북 김제·2027년 2월 예정)-국립난대수목원(전남 완도·2030년 예정)’까지 총 5곳이 기후·식생대별로 배치될 예정이다. 포천의 국립수목원만으로는 한반도 전역의 기후·식생대를 대표하기 어렵다고 보고, 국가 단위 산림식물보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국립새만금수목원은 2009년 ‘녹색성장 국가전략’에서 기후대별 국가수목원을 추진하면서 조성계획이 시작됐다. 온대 중·남부의 해안성 기후대에 있는 국립수목원이다. 조성 이후 해안·도서·간척지 지역 산림생물자원 보전·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고, 해안 식물을 수집·연구하고 전시·교육할 계획이다.

해안형 수목원은 특성상 염분 피해 방지 기술이 필수다. 간척지는 바닷물이 드나들던 갯벌이나 해저였으므로 남은 염분이 식물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염분차단공법과 토양개량공법 등 염해 및 해풍 관련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소금기가 땅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염분차단층’을 대규모 땅에 설치했다. 바닷바람은 염분을 품고 있어 새만금수목원에는 염분에 강한 나무들이 곳곳에 배치된다. 방풍림(바람을 막기 위하여 가꾼 숲) 터에는 곰솔의 묘목들이 일렬도 심어졌다. 곰솔은 바람·염분 저항성이 강해 ‘해송’(海松)’으로도 불린다.

해양식물자원 연구·보전이 주 기능이지만, 전시·휴양 공간을 마련해 삶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 발전도 도모한다. 맹그로브 뿌리를 관찰할 수 있도록 수조 수심 1.5m를 확보해 전면 마감을 유리로 처리하거나, 조망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폭포와 스카이워크도 설치된다. 해안식물돔에서는 바로 앞 호수를 바라볼 수 있게 해 경관성을 높였다. 개원 후에는 연간 40만~50만명의 관람객 방문이 예상된다.

DL이앤씨는 누적된 대형 수목원 시공 경험을 주택 브랜드 ‘아크로’와 ‘e편한세상’ 조경 특화에도 적용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아크로 한남)에는 자연을 단지 안에 재현한 대규모 실내 정원 ‘아크로 가든 하우스’ 등이 곳곳에 배치될 예정이다.

김제=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