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가명·39)씨는 지난해부터 주일 예배를 두 번 드리고 있다. 오전에는 20년간 다닌 본교회에서, 오후에는 인근 대형교회로 간다. 20대부터 30대 초·중반까지 청년부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던 이씨에게 30대 후반부터 변화가 찾아왔다. 청년부에서는 나이가 많고 여전도회에서는 싱글이라는 이유로 어정쩡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다른 교회에 출석하는 이유는 혹시 그곳에서 내 짝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라면서도 “20년간 신앙 생활한 교회에서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기분이라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씨와 같은 상황은 여러 교회에서 볼 수 있는 현실이다. 30·40세대 미혼 성도 부서를 2년째 사역 중인 김재혁(가명·58) 목사는 “미혼 청년들이 교회의 시선에 위축되거나 상처받는 현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는 미혼 청년들을 ‘빨리 결혼시켜 내보내야지’라며 재촉하는 분위기가 은근히 있다”며 “심지어 싱글공동체가 수적으로 부흥한다는 사실을 응원해주는 이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의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교회 내에서도 30·40세대 미혼 성도들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대부분 교회가 여전히 가족 중심의 사역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이 소외되고 있다. 목회자들이 싱글 사역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교회 인력 부족으로 싱글부서를 따로 편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싱글사역 전문기관 뉴젠아카데미 대표 탁영철 목사는 “높은 사회적 위치와 경제적 능력을 갖춘 30대 후반 이후의 청년들이 교회의 헌신적 일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교회가 이들을 품을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결혼매칭 사역을 20년간 해온 문형욱 갓데이트 대표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그는 “교회 내 압박이나 소외감 문제는 여전히 있다”며 “특히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미혼을 무능력으로 여기는 풍토가 있어서 그런 시선 때문에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고 짚었다.
싱글 사역, 연합과 개별 교회로 확산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교회들이 싱글 사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너스톤 미니스트리(대표 조재익 목사)는 현 시대에 다양한 이유로 형성된 1인 가구와 싱글들을 대상으로 연합사역을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국 10개 교회의 연합체다. 서울 사랑의교회, 대전 새로남교회, 대구동신교회, 부산 수영로교회 등이 포함돼 있다. 청년들은 미니스트리 활동을 통해 복지관 보육원 요양병원 등의 기관에서 봉사하고 신앙 훈련을 하는 정기 모임을 진행한다.
싱글을 대상으로 펼쳐진 지속적인 교제의 장은 이들이 믿음의 가정을 이루도록 돕는다. 2021년 시작된 미니스트리 통해 지금까지 여섯 커플이 탄생했다. 이주희(44) 이재희(48) 부부가 미니스트리 1호 가정이다. 이주희씨는 “시작한 것은 사람이지만 우리 관계를 이끌어가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교제를 넘어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가정에는 지난 1월 아들 은율이 태어났다.
연합체뿐 아니라 개별 교회도 싱글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더사랑의교회의 지음공동체는 60여명의 청년들이 출석한다. 청년들은 교회 내에 있는 ‘방과후학교 섬김이’ ‘장애인 섬김이’ 등 여러 부서 활동에 참여하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도 동참한다. 이외에도 36~49세 싱글을 대상으로 한 선한목자교회의 다윗공동체와 35세 이상 미혼 성도를 대상으로 사역하는 서울 충현교회의 ‘브릿지공동체’가 대표적이다.
싱글, 돌봄 대상에 포함해야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의 김향숙 대표는 싱글 친화적인 교회의 환경 조성을 위해 “기존 가정사역 프로그램에 싱글의 목소리와 이들의 당면 과제를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2022년 기준 전체 가구의 34.5%가 1인 가구인 상황에서 싱글을 하나의 가족 단위로 봐야 한다”며 “싱글들을 가정 사역 내의 돌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글에 대한 성경적 관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7장에서 독신을 권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균형잡힌 해석을 권했다.
하이패밀리 김 대표는 “독신은 은사이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바울의 말씀을 인정하면서도 “누구에게나 독신의 은사가 있는 건 아니다. 싱글이 크리스천의 한 형태이지만 보편적 기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도 바울처럼 하나님만 섬기려고 자발적으로 독신을 선택한 것은 아름답다”면서도 “그러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을 독신 은사로 합리화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갓데이트 문 대표는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보다 때로는 지혜롭게 싱글로 있을 필요도 있다는 것”이라며 “결혼과 미혼은 선택 문제이지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싱글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윤서 김아영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