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 수출 재개’ 반기지 않는 중국 “국산이 우선”

입력 2025-08-18 18:4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공급망 박람회에 참석해 연설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다가 다시 허용했지만, 중국은 이를 반기는 대신 반도체산업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엔비디아의 AI용 반도체 ‘H20’의 수출 재개를 허용했는데도 중국이 보안 문제를 제기하며 자국 기업의 사용을 금지한 이유를 이같이 분석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피해 출시한 저사양 반도체이지만, 미국 상무부에 의해 지난 4월 중국 수출이 금지됐다.

CNN은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 해제를 요구해 왔는데도 (이번 조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자립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의지와 급속도로 발전하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다”고 짚었다.

중국은 AI산업 육성을 위해 대량의 첨단 반도체가 필요하지만 자국 반도체산업의 기술력은 선진국보다 3~4년 뒤처져 있다. 하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가 자립과 추격의 기회가 됐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수석분석가 린칭위안은 “수출 통제 강화가 중국의 자립 추진에 긴박감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했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격차 때문에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시장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수출 통제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고 국내 대체를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샹리강 고문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화웨이에 기술 제재를 가한 후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중국 기업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보장받으려면 국내 생산 칩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중국에서 자체 생산하는 AI 반도체의 비율이 2023년 17%에서 2027년 55%로 급증하고 엔비디아 등 미국 업체의 비율은 83%에서 45%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 P)는 이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AI용 데이터센터에 자국산 반도체를 50% 이상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상하이시가 지난해 3월 데이터센터에 중국산 반도체를 50% 이상 도입하도록 의무화한 것을 올해 초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중국에선 AI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내몽골과 광둥성 등 전국적으로 500개 이상의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