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5000원 승부수’를 띄웠다. 다이소가 증명한 ‘5000원 이하 초저가 전략’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신선식품·웰니스 카테고리로 확장해 쿠팡의 장바구니 공세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길어지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가성비 상품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오프라인 경쟁력을 되살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GS25는 다음 달부터 500여개 점포에 건강·뷰티 ‘카테고리 킬러형 전문 매대’를 도입한다고 18일 밝혔다. 국내 제약사들과 협업해 유산균·오메가3·간 건강 제품 30여종을 소용량 패키지로 구성하고, 건강 관련 상품 40여종도 함께 선보인다. 1020세대 여성을 겨냥한 색조·기초 화장품 가격은 평균 3000원대로 꾸려진다. 매장에는 거울과 테스터기를 비치하기로 했다. GS25는 지난달 전국 5000여개 점포에 건강기능식품을 도입한 이후 이달 9~15일 매출이 직전 주 대비 87.9% 증가하며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CU는 전국 6000여개 점포에서 70여종의 건기식을 5000원 이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3000~4000원대 기초 화장품을 확대하고, 화장품 테스터존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형마트도 5000원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최근 전 상품 가격을 5000원 이하로 구성한 자체브랜드(PB) ‘오케이 프라이스’(5K PRICE)를 선보였다.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162종을 880~4980원에 출시했다. 기존 브랜드 대비 가격을 최대 70% 낮췄다. 지난해 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한 이후 통합 매입 체계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이마트의 이런 행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활용품 중심인 다이소와 달리, 이마트는 가공식품 비중을 크게 늘려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고 대형마트 본연의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다이소 모델을 주목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다이소는 고물가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4조원에 육박했다. 박리다매 기조에도 영업이익률은 9%대를 기록했다. 초저가 전략의 성공을 입증한 셈이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신선식품을 무기로 지난해 매출 40조원을 돌파하며 유통업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쿠팡 역시 압도적인 거래 물량을 바탕으로 특정 품목을 대량 매입해 할인 판매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는 균일가 정책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오프라인 경쟁력 회복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000원이라는 가격대가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선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통업체들이 소용량·가성비 상품으로 충동구매와 재방문 수요를 늘리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균일가 정책에서도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 확보가 장바구니 점유율을 되찾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