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굳이 이런 영화를… ‘독립군’ 관람이 준 메시지 혼선

입력 2025-08-18 18:4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독립군: 끝나지 않는 전쟁'을 관람하기 전 영화 관련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김지훈 기자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의 핵심 메시지는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독립전쟁은 끝나지 않는다’였다. 국군의 시작이 독립군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제작 목적은 소재에 불과해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일반시민을 초청해 이 영화를 관람한 뒤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새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범도 흉상 이전을 비판하는 첫 장면부터 항일운동과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 장면을 교차 편집하며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후반부까지 영화는 친일 뉴라이트 세력 척결 메시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친일파에 석유를 부어 화형으로 응징하는 장면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상까지 넣어 두 차례 묘사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라지만 상상의 영역을 차용해 애국심 고취에 활용하고 있다.

영화만 봐서는 이 대통령이 주고 싶었던 메시지가 독립군의 정신을 기억하자는 것인지, 친일파 응징이 한반도 통일 전까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해 보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위안부·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의 메시지와 외교 무대에서의 메시지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여전히 일본 제국주의와 친일 세력에 나라가 위태로운 상태라면 미래지향적인 협력보다는 친일을 처단하는 게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럴싸한 제작 목적 배후에 어떤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영화에 대한 보다 세심한 사전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유명 유튜버의 홍보, 유명 배우 캐스팅 등 포장만 믿기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너무나 무겁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영화를 본다는 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영화의 맥락이나 완성도, 정무적 판단을 사전에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자도 “메시지 발신과 관리가 고난도라는 것을 깨닫는다”며 허탈해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광복절에 맞는 일정을 수행한 정도일 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동환 정치부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