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부터 진행된 홍콩H지수 유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 대한 은행권의 자율배상 동의율이 지난 반년 사이 약 2% 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당초 기대보다 낮은 수준의 배상 비율에 동의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분쟁 조정을 계속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홍콩 ELS 주요 판매은행 5곳(국민·신한·농협·하나·SC제일)의 자율배상 동의율은 96.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93.8%)과 비교했을 때 6개월간 2.3% 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3월 개시된 홍콩 ELS 자율배상 동의율은 같은 해 6월 말(62.3%)과 9월 말(85.7%)까지 빠르게 올랐으나 연말부터 급격히 둔화됐다.
분쟁조정 과정에서 예상보다 낮은 손실액 대비 배상 비율이 책정되자 불만을 품은 피해자들이 끝내 조정에 동의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5개 은행의 평균 배상 비율은 31.4%로, 대부분의 피해액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20~50% 수준에서 배상이 이뤄졌다. 지난해 5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공지했던 대표 사례의 배상 비율(30~65%)과 비교하면 다소 낮다.
신한은행(25.7%)과 하나은행(30.5%)의 배상 비율은 이들 중에서도 특히 낮았다. 이들이 ELS 판매 과정에서 설명 의무는 위반했지만 적합성 원칙은 위반하지 않았다는 분쟁조정위원회 판단 때문이다. 덕분에 두 은행은 기본 배상 비율부터 다른 은행들(30%)보다 10% 포인트 낮은 20%를 적용받았다.
반면 피해자들은 금융 당국이 피해자의 투자 경험이나 가입액 규모 등을 부당하게 차감 요인으로 삼아 은행들의 책임을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길성주 전 금융사기예방연대 위원장은 “실제 조정을 진행하면 일부 취약 계층에서나 40% 이상의 배상 비율이 설정되지, 대부분은 기본 비율과 대동소이했고 심지어 마이너스 조정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피해자가 워낙 많다 보니 자율 배상에 동의하지 않은 잔여 피해자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홍콩 ELS 자율배상이 진행되고 있는 계좌는 16만9000건에 달했다. 여전히 피해 계좌 7000여 건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력 구제에 나서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홍콩 ELS 피해자 17명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은행 4곳(하나 국민 신한 농협)을 상대로 36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접수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